北 “의료지원 요구”…필수의약품 공급 시급
수액제·결핵 백신 등 제약업 1차 수혜 예상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대북 인도적 의료지원에 이목이 쏠린다. 의약품 지원, 병원 진출 등 다양한 분야의 보건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앞서 진행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은 비핵화 초기 대가로 비료와 의료지원을 원했다.
실제로 북한의 경제사정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임산부와 영유아를 포함한 주민 전반적으로 의료 서비스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 북한 주민 의료 환경 ‘열악’… 결핵 환자 세계 최고 수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18.06.12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례로 지난 연말 판문점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에 부상을 입은 북한 병사의 배 안에서 국내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많은 기생충이 발견된 사례만 봐도, 북한의 열악한 보건체계를 짐작할 수 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항생제나 소독제 등 필수적인 의약품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고, 도 단위 병원조차 출산에 필요한 초음파 기기, 심전도 기기, 산소공급용 마스크와 튜브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법정전염병인 결핵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5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중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 결핵 환자가 600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고 미국의 압박이 심화되면서, 국제기구 단체의 인도주의적 의료지원까지 가로막혔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모든 의료 지원을 끊은 상태다.
인도적 지원으로 분류되는 의료지원은 사실상 유엔의 대북제재와 별개의 활동이다. 이에 비핵화 조치에 따른 대북 제재가 완화되기 시작되면, 보건의료 남북협력이 가장 먼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정부 기관 중 가장 발 빠르게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에 대비해 대북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초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북관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에 내부적으로 TF를 구성했다”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성격이며, 유관기관을 비롯한 내외부 인사로 구성했다. 국제 제재가 풀리면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 복지부, 보건 협력 TF 구성…제약 1차 수혜 업종 ‘주목’
이처럼 남북 의료협력 재개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과거 대북 의약품 지원에 참여했던 제약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신풍제약은 2000년 북한 평양 주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소에 250만 명분의 구충제와 1만 명분의 말라리아 치료제를 전달한 바 있다. 조아제약은 2007년 진통제, 빈혈약 등 총 17종 1600여개 제품을 북한에 지원하고, 의료봉사활동을 펼친 이력이 있다.
대웅제약은 2006년 풀물원과 함께 국내 민간구호단체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를 통해 4억원 규모의 어린이용 수액제를 북한에 지원했다.
GC녹십자는 2000년 평양에서 조선광명성총회사와 합작·설립한 유로키나제 공장을 설립했다. 이 공장에는 녹십자에서 파견된 기술진과 북한 측 근로자가 함께 근무했으며, 혈전치료제로 사용되는 유로키나제를 생산해 국내에 반입했다.
특히 업계는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결핵 치료제와 진단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유제약, 동아에스티, 아미노로직스, 레고켐바이오, 큐리언트, 비씨월드제약, 바디텍메드, 씨젠, 유한양행,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이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남북경협이 시작되면 의료지원 분야는 국가 주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약산업이 1차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건 맞다”며 “먼저 필수의약품 지원 위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의약품생산시설과 병원 현대화 등 사업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