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깃발 들어올린 연준과 신중한 ECB, 출구 못 여는 BOJ
달러 및 미 국채 수익률 강세 따른 글로벌 유동성 판도변화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을 통해 투자자들이 주시하던 쟁점의 해답이 제시됐다.
ECB가 14일(현지시각) 연말까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한편 금리인상을 내년 4분기 이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전날 연준 역시 올해 총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해 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여기에 당분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기 어려운 일본은행(BOJ)까지 글로벌 3대 중앙은행의 정책 로드맵이 명확하게 제시된 셈이다.
불확실성이 걷힌 만큼 주식과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온도 차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값싼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던 중앙은행이 이른바 ‘출구전략’을 본격화한 가운데 국가별로 현격하게 벌어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앞으로 자산 가격과 유동성 흐름을 쥐락펴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주장은 이날 외환시장에서 이미 가시화됐다. ECB의 통화정책 회의에 앞서 상승 흐름을 탔던 유로화가 ‘비둘기파’ 출구전략이라는 평가에 급락 반전한 것.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장중 달러화에 대해 1.3% 급락했다.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0.8% 오르며 연준의 매파 행보에 적극 반응했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ECB가 내년 4분기까지 사상 최저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유로화가 강한 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의 국채 수익률 간극도 더욱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정치권 리스크와 무역 마찰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락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조만간 3.0% 선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만기의 독일 국채 수익률 괴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날 ECB의 통화정책 결과 발표 이후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bp(1bp=0.01%포인트) 급락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10년물 수익률 역시 6bp 내외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화와 금리의 상대적인 강세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신흥국 자산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채권시장의 이른바 ‘정크’와 ‘좀비’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TD증권의 재키 더글러스 매크로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ECB가 이번 회의에서 예상보다 온건한 출구전략을 택했다”며 “금융시장의 재편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트래티지의 코말 스리 구마 대표는 투자 보고서에서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에 돈잔치를 벌였던 신흥국들이 유동성 위축에 따른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윈 틴 이머징마켓 전략 헤드 역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신흥국 통화의 하락 압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와 500억달러 규모의 대기성 차관에 합의했고, 터키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브라질, 파키스탄 등 신흥국이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일제히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