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 11일 마라톤 회의‥"형사절차 포함 진상조사 필요"
"대법원장이 형사고발하는 것 적절치 않아"
김명수 대법원장 결정에 영향줄 듯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를 촉구하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 59개 법원 소속 대표 법관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사태에 대한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10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의 결과 법관 대표들은 "대법원장이 형사고발을 직접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이같은 의견은 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과 일부 판사회의에서 의결된 수사 의뢰 촉구 의견의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지난달 25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18.05.25 yooksa@newspim.com |
이제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와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 의뢰 여부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만 남겨두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원 구성원들의 의견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어 김 대법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의견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실제 이번 회의 결과가 수사 의뢰를 고심하던 김 대법원장에게 오히려 검찰 수사 의뢰를 피할 수 있는 명분을 줬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가 스스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상황은 피하면서도 추가적인 진상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징계, 법관 독립을 위한 제도 보완 등을 지시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검찰에 이번 사건에 대한 고발이 10건 가까이 이뤄져 있고 법원 내부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김 대법원장이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는 못할 전망이다.
실제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을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그러나 12일 아침 출근길에 이번 회의 결과 관련 취재진들의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5일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일부 재판과 법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는 문건들을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달 5일에는 관련 문건 98개를 추가로 공개하면서 당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를 시도한 의혹 등이 추가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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