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골드만삭스 미결제 사고 검사 착수
‘입력 실수’ 삼성증권과 달리 무차입공매도 정황
“실시간 확인 시스템 없어” 허점 스스로 자인
일주일 전 공개한 ‘매매제도 개선방안’ 빛 바래
주식매매 시스템 전수조사에 외국계 왜 빠졌나 지적도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의 공매도 미결제 사고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면서 무차입 공매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공매도 매매 주문 단계에서 실제 계좌 내 잔고 수치가 맞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또 최근 주식매매시스템 전수조사에 외국계 증권사가 빠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5일까지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을 대상으로 미결제 사고와 관련해 주식대차 및 공매도 주문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앞서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은 지난달 30일 런던 소재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주식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아 거래에 나섰다. 하지만 정상적인 공매도 과정에서 거래가 마무리돼야 할 6월1일까지 20개 종목의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위탁자인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의 주식 공매도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빌려온 주식 없이 매도 주문부터 먼저 내는 ‘무차입공매도’가 있었는지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 무차입공매도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4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사고 이후 올 들어 두 번째.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을 배당하는 대신 1000주를 잘못 배당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주식 일부를 매각해 삼성증권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각에선 ‘실체가 없는 주식’이 시장에 유통돼 거래가 진행된 것은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무차입공매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무차입 공매도는 매도자가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거래를 한 것이지만 삼성증권은 계좌에 들어온 주식이어서 무차입공매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은 주식대차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냈고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은 이를 토대로 거래에 나섰다. 사실상 무차입공매도를 시도한 셈이다.
골드만삭스[사진=로이터 뉴스핌] |
더 큰 문제는 현 시스템 내에선 공매도 거래에 나섰더라도 이를 차단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매도 거래는 장 종료 후 주식 잔고관리를 통해서만 규제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주식 보유잔고 및 대차거래 내역에 대한 자료접근에 한계가 있고, 증권사들도 통보에 소극적이어서 매매주문 시점에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은 삼성증권 사태 후속 대책으로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공매도의 경우 개인투자자에 대한 주식대여를 확대하고 증권사의 자체적인 확인 의무를 강화하는 데만 국한됐을 뿐 무차입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까지 금감원이 진행한 증권사 주식매매시스템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빠진 것도 논란 거리다.
이번 공매도 미결제 사고 역시 금감원 조사가 아닌 공매도 미결제를 확인한 거래소의 통보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지난 1일까지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식매매시스템을 검사했으나 외국계는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인정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금융당국의 모호한 태도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에 더욱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식잔고 및 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공매도 규제 위반을 신속히 적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신뢰도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장 마감 전 공매도 매매 주문시 계좌 내 잔고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