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단기간에 핵 포기 결단 내릴지 알 수 없어”
“미국이 회담에 응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대북 제재 완화”
“미국에 대북 교섭 전담할 전문가도 치밀한 전략도 없어”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사설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되더라도 6월 12일 개최는 연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보도나 취재에서 엿보이는 미 정부 내의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지금 정상회담을 열어봤자 얻을 수 있는 성과보다 손실이 더 클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 협의를 통해 세부 사항 등에 대한 조율을 마치고 (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느낌이 섰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야 한다”며,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세 가지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비핵화 몇 년 걸려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게 될 것”
첫 번째는 미국의 요구대로 북한이 단기간에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릴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핵의 ‘신고→사찰→반출’ 등 북한은 비핵화 단계마다 제재 완화나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의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핵화 작업은 몇 년이 걸릴 것이며, 결국 북한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의는 진짜다’라고 속삭이고 있지만, 핵 포기 의사가 애매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응한다면 사실상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나 마찬가지가 돼 버린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웃는 얼굴로 악수하는 영상이 전 세계에 송신되면 각 국은 ‘더 이상 철저히 제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느끼며 대북 교류의 물꼬를 조금씩 열어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역에서 유엔 결의에 의한 제재 대상인 수산물 교역이 부활하고, 한국이 대북 선전용 스피커 철거를 결정한 것 등을 예로 들며 “회담이 열리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될 것이며, 김 위원장은 여유를 되찾고 점차 핵 포기를 주저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북한과 회담에 나서는 미국 측에 대북 교섭을 전담할 전문가도 치밀한 전략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동안 대북 교섭을 담당했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3월 사임하면서 빈자리를 채우지도 못한 채 이번 실무 협의에도 그 전임자였던 성 김 주필리핀 대사를 급거 소환했다고 꼬집었다.
◆ “회담 결렬되면 한반도는 준전시 상황으로 회귀”
그럼에도 회담을 강행한다면 ▲일단은 애매하게 비핵화에 합의해 놓고 세부적인 것들은 실무 협의로 넘겨 버리거나 ▲아예 회담이 결렬돼 그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려 하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전개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정상이 서로 싸우고 헤어지면 나중에 실무자 협의에서 이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비핵화 전망에 대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한반도는 작년과 같은 준전시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