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문가, 북한 비핵화까지 10년 걸려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조약에 대한 南北美 입장 좁히기 어려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이 29일(현지시각) 내달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주말 개막한 상하이 포럼에 모인 석학들이 정상회담 개최가 확실시되지만 서방이 바라는 돌파구 마련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중국 현지 언론 카이신에 따르면 상하이 포럼에 참석한 석학들과 동북아 전현직 정책자들은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싱가포르와 뉴욕에서 양국의 고위 관료들이 실무 협상에 나선 가운데 세부 사안에 대한 이견으로인해 회담이 예정대로 내달 열리지 않더라도 올 여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초유의 만남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비핵화 돌파구 마련에 대해 석학들은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비핵화를 놓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게 벌어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버드대학에서 국제관계학 교수를 지낸 그레이언 알리슨은 이날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상당 부분은 개인적인 철학에 근거한 정치적 전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달 12일 혹은 그 이후에라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확실시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 비공식적 발언을 가려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국제관계대햑의 다 웨이 부총장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회담 취소 발표와 번복 과정에 드러난 것처럼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갈 지 자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포럼의 패널 토론에 나선 서강대학교의 이근욱 교수는 “비핵화를 포함해 결정적인 쟁점에 대한 북미간 합의가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전체 비핵화, 즉 주한 미군과 미국의 소위 핵우산 철수를 미국과 한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평화조약과 관련해 남북간의 입장 차이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게 하는 부분으로 지목됐다.
평화조약의 서명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한국의 의견과 달리 북한은 주한 미군 철수만이 온전한 평화조약의 성취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와 함께 주한 미군 역시 단계적인 철수를 통해 상호간 신뢰를 구축하는 방안이 한 가지 해법으로 제시됐다.
한편 이와 별도로 CNN은 이날 핵 과학자들을 인용, 북한의 비핵화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 시설을 사찰한 경험이 있는 저명한 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은 북한이 보유한 핵 탄두와 고농축 우라늄 등 총 22가지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및 무기의 사용을 중단시키는 데만 1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들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데는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미 고위급 협상팀의 회동에 앞서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핵 무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와 관련해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이뤄지는 합의의 수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