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남북 정상이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판문점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한 것입니다. 두 정상의 '깜짝' 만남에 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다만 문 대통령의 '한반도 중재자'로서의 역할에는 오히려 물음표가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제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 위원장과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을 만나 오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상호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취소 결정으로 무산될 뻔한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서 일단은 다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한 길에서 북·미 정상 간 '비핵화' 담판은 빠져서는 안 될 핵심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이번 남북 정상 간의 '깜짝' 만남에 전 세계가 놀라움과 함께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는 것일테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을 방문,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다만 보기 드문 역사적인 이벤트였음을 인정한다 해도 한 가지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물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핫라인' 통화 또는 만남을 시도했으나 불발된 것인지, 아니면 시도 조차 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두번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6일 일부 언론을 통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핫라인 통화를 하던 중 김 위원장에게 전격적으로 만남을 먼저 제안했다는 보도도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오보로 판명났습니다.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니거니와 두 정상 간 '핫라인' 통화도 없었다는군요.
청와대 측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전화로 얘기하다 북측에서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북한이 먼저 얘기를 하기 전까지 청와대는 전화를 하지도 못했고, 만나자는 말도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북측 판문점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남북 정상 간 '핫라인'도 지난 4월 20일 개통된 이래 개점휴업 상태였죠. 한반도 정세가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에서 정작 '핫라인'은 있으나마나였습니다.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한다고 하고 있지만, 한국이 오히려 북·미 사이에서 심부름꾼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북한과 미국이 자기들 입장 따라 때마다 한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도 매번 문 대통령과는 좋은 친구라고 말하면서도, 한·미 관계에서 일방통행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의 역할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를 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며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말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이틀 뒤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큰(?) 결정을 내리면서도 문 대통령에게는 언론 공표 시점에나 알려줬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북측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을 때와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한다던 북미정상회담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때, 각각 입장을 내고 "보다 적극적으로 북·미 중재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북미정상회담 재개가 최종 결정되지 않은데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은 더욱 더 먼 여정입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부하는 문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봅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