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발언으로 여론 체크…청와대 운신 폭 넓혀" 분석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또 다시 논란을 불러왔다. 한 강연에서 "한미정상회담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핫라인 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빌미가 됐다. 청와대는 문 특보의 발언을 애써 무시하면서 선을 긋고 있지만, 문 특보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문 특보는 전날 국회 강연에서 "문 대통령이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가기 전에 김 위원장과 통화를 해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있지 않겠느냐"며 "남북 정상 간 직접 통화가 되지 않으면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 <사진=청와대> |
다음 달 12일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미 간 불협화음이 감지, 이에 북미 간 중재자를 자임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접 통화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더욱이 청와대는 여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도 줄곧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혀오던 터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가 안 되고 있는 이유'를 묻자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번이 아니라도 문 특보는 지난해 선임 이후 '돌출 발언'으로 인해 여러차례 구설에 올랐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고, 결국 문 특보는 "학자로서 한 말"이라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석 달 뒤 9월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부딪친다. 문 특보는 송 장관이 국회에서 '참수부대 창설'을 거론한 데 대해 "상당히 부적절할 표현을 쓴 것 같다"고 지적했고, 송 장관은 이에 "그는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가 아닌 것 같아서 개탄스럽다"는 말로 응수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김정은은 강단 있는 지도자, 핵 무력을 완성한 것은 하나의 강점"이라거나, "북한이 올림픽을 체제 선전에 쓴다는 의도가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둬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인해 문 특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이달에는 2일 "평화협정 체결 후에는 주한미군의 국내 주둔이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말로 여론을 들쑤시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문 특보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다. 문 대통령이 특보에 임명한 것도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에 도움을 받으려고 한 것일 뿐, 그 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오는 문 특보지만, 그럼에도 청와대는 문 특보와 일정부분 선을 그을 뿐, 그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이날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특보 직위를 가진 사람의 발언인데,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는 문 특보를 문 대통령은 왜 해임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일까. 청와대로서도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텐데, 문 특보로 인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특보가 대외적인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꼭 박자가 안 맞더라도 전반적으로 좀 (여론을) 흔들어서 청와대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게 있을 것"이라며 "문 특보가 먼저 치고 나가 그게 먹히면 슬쩍 그렇게 가는 것이고, 반발이 심하면 개인 의견을 말한 걸로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그게 (청와대와 문 특보가) 서로 사전에 얘기가 된 건지, 실제로 그걸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청와대 입장에서도 (문 특보가) 문제만 될 뿐, 다른 무언가가 없다면 이미 해임시키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