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익명 처리 게시물도 식별 가능하면 인격권 침해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A 대학교 기숙사에서 퇴관 대상자를 일부 익명 처리해 엘리베이터 등에 공고문을 붙인 것과 관련해 강제 퇴관 공고문 게시 관행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지난해 3월 기숙사 비상계단에서 흡연을 하다 기숙사 사감에서 적발됐다. 기숙사 측은 한달 뒤인 4월, 규정 위반에 의한 벌점이 누적돼 기준벌점 100점을 초과했다며 강제퇴관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강제퇴관 공고, 8층 이모 생활관생, 흡연 및 비상문 임의개방, 벌점초과(100점)를 하여 생활관 운영규정에 의거 강제퇴관 조치를 취함"이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재했다. 이에 진정인은 이 같은 행위가 인격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규칙 위반에 관해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재발을 방지하고 공고를 본 다른 학생들이 기숙사 공실 입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강제퇴관 대상자의 성명을 일부 익명 처리 하더라도 기숙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다수의 학생들이 그 대상자가 누구인지 쉽게 정보를 습득해 식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학생들의 공고문 사진을 올려 장난으로 댓글을 주고받는 등 진정인의 사회적 평판이나 명예가 훼손됐다고도 판단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학교가 비록 강제 퇴관 대상자 이름 일부를 익명처리 했다하더라도 기숙사 퇴관 사유 및 퇴관 조치를 엘리베이터 등에 공고한 행위는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대학교 총장에게 향후 기숙사 입소생에 대한 강제퇴관 조치 시 해당 강제퇴관 사례를 공고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