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방적 핵포기 강요하면 북미회담 재고"
전문가들 "북한, 리비아식 비핵화 사실상 거부"
북미회담 D-27 막판 이견...비핵화 접근 '다시 원점'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북한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6일 긴급 담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서 일방적인 핵포기 만을 강요한다면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상의 담화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최근 두차례 평양 방문 이후 큰 틀의 조율이 끝난 것으로 평가됐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공개적인 이견 표현이어서 의미가 크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책이 접점을 찾은 것으로 분석됐지만, 막판 갈등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파 참모들이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제1부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김 제1부상은 특히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에 대해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 데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핵 개발의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김 제1부상은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양무진 교수 "美, 北 체제 보장 명확하게 제시하면 북미회담 일정엔 차질 없을 것"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응을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마지막 '배팅'으로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북미간 물밑협상이 내달 12일 열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실패를 가를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특히 "미국이 북한 체제보장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제시한다면 북미정상회담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강 아산적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볼턴 보좌관을 비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지는 않았다"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입장을 조금 더 강화하기 위한 마지막 기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했다.
조진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북미정상회담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회담이 틀어지거나 하면 양쪽의 비난전이 일어날 것인데, 판을 수습하기가 양쪽 모두에게 너무 어렵다"면서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상황을 북한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고 존엄에 관한 문제나 군사적 문제 때문도 있겠지만 대화 테이블에서 우선권을 차지하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이라며 "미국의 진짜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황이 급하게 흘러가고 있어서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참모들은 P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를 제기하고 WMD(대량살상무기)인 생화학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외 중단거리 미사일도 협상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하는 등 요구의 수준을 높였다. 북한은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헤어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15일(현지시간) "북한이나 남한 정부 어느 쪽으로부터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행할 수 없다거나 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