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국 개방 및 개혁 도화선 됐던 닉슨의 방중과 북미 정상회담 '오버랩'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이 한층 구체화됐다.
소위 ‘화염과 분노’가 가시화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던 두 인물이 말 그대로 드라마와 같은 반전을 연출, 회담의 성과를 둘러싼 갖가지 예측과 별개로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만천하에 확인한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고(故) 리처드 닉슨 미국 36~37대 대통령이 새삼 화제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971년 중국을 방문하겠다는 닉슨 전 대통령의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것만큼 전세계에 ‘서프라이즈’였다.
안티 사회주의자로 정평났던 닉슨 전 대통령이 당시 지구촌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 땅을 밟았던 약 반 세기 전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틀 로켓맨’이라며 야유를 쏟아냈던 김 위원장과 얼굴을 마주할 내달 회담과 닮은꼴이다.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이 1972년 닉슨 전 대통령을 맞이했을 때 중국의 상황 역시 오늘날 북한의 모습과 흡사하다.
당시 중국은 현재 북한과 같이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구 소비에트 연방과 극심한 대치 국면을 연출,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 3년 전에는 젠바오 섬과 우수리 강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되면서 전쟁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고강도 경제 제재에 꺼져가는 북한 경제의 맥박을 살리기 위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결정한 것처럼 마오쩌둥 역시 국제사회에서 세력의 균형을 확보하는 한편 경제적 ‘당근’을 챙기자는 목적으로 닉슨 대통령의 이른바 ‘핑퐁외교’를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 달 앞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회담 결과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지만 1970년대 기적으로 평가됐던 돌파구가 이번에도 열릴 수 있다는 낙관론이 없지 않다.
사방으로 닫혀 있던 중국에 개방과 개혁의 물꼬를 튼 한편 국가 수교를 이뤄낸 닉슨 전 대통령의 ‘전설’이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과 만남이 닉슨 전 대통령의 중국 행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시카고 트리뷴 역시 칼럼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닉슨 전 대통령이 방중에 대해 평가한 것처럼 ‘역시, 가치 있는 일이었어’라고 결론 지을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후버연구소의 마이클 오슬린 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재팬타임즈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수차례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으로 세력을 과시한 만큼 우위의 입장에서 미국과 담판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을 것”이라며 “비핵화의 구체적인 요건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회담을 북한의 군사력을 미국에 인식시키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속내를 정확히 못한 상황은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다.
이번 만남이 닉슨 전 대통령의 핑퐁외교와 같은 결말을 지을 것인지 여부는 북한이 영구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비핵화를 실행하도록 하는 한편 이를 확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의 도출에 달렸다는 것이 외신들의 의견이다.
앞서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라며 “그들의 입술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