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앞두고 요구 수준 높이는 美, 北 "한반도 정세 또 다시 긴장"
전문가는 "일종의 기싸움, 파국 아니라 탐색전 가능성"
북미회담 의제에 WMD 포함? 전문가도 입장 갈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 양쪽에서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정상회담 자체에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그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에는 기자들에게 “회담 장소와 날짜를 며칠 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고 4일에는 “이제 일자가 장소가 정해졌다. 우리는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지만, 최근까지 북미정상회담 일자와 장소에 대한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에 요구 수준을 높이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기존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로 한 단계 높였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핵 무기 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포괄하는 대량파괴무기(WMD)를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이처럼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북한은 지난 6일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제재와 압박의 결과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면서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끌어들이고 인권 소동에 열을 올리는 등 한반도 정세를 또다시 긴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등 정상회담을 앞둔 북미 양쪽에서 모두 상대를 향한 공세가 나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브루킹스] |
◆ 북미 신경전,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은? "없지 않지만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은 북미의 신경전을 협상을 앞두고 밀고 당기는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북미정상회담 자체가 파국으로 끝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마지막으로 서로 밀고 당기는 것으로 북미정상회담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조금 더 극적인 면이 필요한데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장소가 평양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과 만족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 이야기가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곳보다 평양에 들어가고 싶어할 것"이라며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런 것들을 조율하면서 하는 압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소 부원장은 "지금은 일종의 기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셈인데 파국이 아니라 탐색전으로 본다"며 "미국이 최대한 압박을 하겠지만 실패했을 때 받을 타격이 커서 결렬로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 부원장은 물론 "미국은 국내에서 선전할 수 있을만한 꺼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결렬 가능성이 완전히 없지 않다"며 "다만 미국은 북한이 협상에 나서는 이유가 압박정책 때문이니 최대한 압박해서 더욱 얻어내려고 하고 있고, 북한은 이 정도면 된다고 생각해서 이 사이에서 어떻게 합의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 김동엽 "WMD 포함, 회담 전에는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다"
최강 "미국, 최대한 WMD까지 밀어붙이려 할 것"
북미회담 의제에 볼턴 보좌관이 말한 생화학무기 등이 포함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김 교수는 "이것이 아직 공식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회담에 들어가기 전에는 무슨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말보다는 트럼프 정부가 수긍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반면, 최 부원장은 "미국은 거기까지 밀어붙이려 할 것"이라며 "시리아 사태에 북한이 연루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일본이 중단거리 미사일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패키지를 하려면 제대로 된 것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