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로이터] 최원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상시 미국을 위협하는 핵무장 폭군이 아니라 국제적인 정치인으로 탈바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27일 평화의집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문재인 대통령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포스트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을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됐다며 김 위원장의 태도가 올해 들어 급격히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개리 사모어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핵 비확산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대담한 제스쳐의 달인"이라며 "이번 일로 지난해 그가 화학무기로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의혹과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을 처형한 일을 거의 잊게 했다"고 말했다. 사모어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을 역임했다.
WP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러 베이징을 방문한 점과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직접 회담을 초청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정당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약간 "탈바꿈(metamorphosis)"라고 보도했다.
웬디 R. 셔먼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김정은이 이번 기회에 자신을 "전략적이고 교활한 지도자"임을 증명해 보였다며 "남한에 자신이 트럼프를 만날 거고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거라고 알리는 김정은의 행동은 똑똑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은은 남한에게 언론 보도를 맡기고 그들이 과정을 진행시키게 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그는 핵과 미사일 실험장을 동결시킬 의지는 있지만 어렵게 얻은 핵 무기를 해제할 준비가 됐다는 의사는 없었다.
이지영 아메리카대학교 한국학 교수는 김정은이 우리를 수차례 깜짝 놀라게 했지만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다. 이 교수는 "아직 작전의 한 과정이라고 풀이된다. 우리는 정책 변화 신호에 너무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하면서도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너무 부풀려졌다고 경고한다. 사모어 핵 비확산 전문가는 "우리는 (정상회담이) 다 (김정은의) 장난이란 걸 알지 않냐.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비핵 과정에 주요한 부분인 '현장 검사와 검증'을 용인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셔먼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 역시 "현장 검사와 검증은 '금상첨화'다. 희소식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거고 그 첫 번째 과정이 바로 감독관들의 현장 방문"이라며 "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모어는 북한이 최대한 오랫동안 비핵 "겉치레"를 지속할 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그럴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다"며 "오래 끌면 끌 수록 북한을 향한 제재가 약화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계속해서 비핵 플레이를 한다면 제재를 지속하지 않을 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사모어는 "나는 북미정상회담이 비관적이지만 시도는 해볼만 하다고 본다"며 "김정은에게 '코피전략'을 주는 것 보다 대화를 나누는 편이 당연히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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