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트럼프와 김정은 간극 메워주는 역할"
"김정은 비핵화 일정 세우도록 설득시 절반의 성공"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미국 간 중간 지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막대한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논평했다.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역대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중 세번째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최우선 의제라는 점에서는 처음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행동을 위한 행동" 전략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신 경제 원조와 안보를 보장받는다는 구상이다. 한 한국 정부 관료는 이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은 대북 경제제재가 완화되려면 북한이 먼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은 핵무기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체(dismantlement)"돼야 하며, 이 작업이 약 6개월 내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스스로를 '협상자(negotiator)'라기 보다는 '중재자(mediator)'로 인식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협상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핵 협상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과 글로벌 무대에 선 경험이 없는 김정은 위원장 사이를 오가며(shuttling) 양쪽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이라는 뜻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과 미국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양측이 차이점을 좁히고 양측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회는 다신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통념(conventional wisdom)을 깨트려 왔다. 오는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핵협상 교착 상태가 진전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으며, 평화조약 협상이나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계획이 마련되길 희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군대를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미국의 참여 없이는 남북한 합의가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일정을 세우도록(set a timetable) 설득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핵화 약속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정확히 언제 비핵화를 할 것인지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과 합의를 도출하려는 의욕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과 협상을 담당했던 개리 사모어 핵확산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아버지(고 김정은 국방위원장)와 할아버지(고 김일성 주석)가 물려준 것을 포기할 거라고 믿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폐기시키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사정거리인 중·단거리 미사일은 유지하도록 합의할 수도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