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유지하면서 채널 확대하는 전략 추구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홈쇼핑, 헬스앤드뷰티(H&B)스토어 등으로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 중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로드숍의 성장이 한계를 보이고, H&B 스토어 등이 약진하자 업체들이 유통채널 확대에 나선 것이다.
GS25에 출시한 토니모리 화장품 ‘러비버디’. <사진=GS25> |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홈쇼핑, H&B스토어에서 제품을 판매하거나 이를 검토 중이다.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브랜드 어퓨를 H&B스토어 시코르의 전국 매장에 입점시켰다. 다른 H&B스토어들과도 어퓨의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는 홈쇼핑 진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미샤의 홈쇼핑 전용 제품을 만들어서 이를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H&B, 홈쇼핑 등으로 유통채널 다각화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토니모리는 유통 다각화를 올해 중점 과제로 정했다. 지난 1월 GS25와 손을 잡고 편의점 전용 색조 화장품 '러비버디'를 출시했다. 홈쇼핑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홈쇼핑 채널의 특성에 맞는 브랜드나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2016년 잠시 진행했었던 홈쇼핑 판매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행할 방침"이라며 "올해는 여러모로 검토하면서 새로운 판매 채널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잇츠한불도 잇츠스킨의 홈쇼핑 진출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뛰드하우스와 홀리카홀리카는 지난해 CU 편의점에 제품을 입점시켰다.
대부분 가맹점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화장품 로드숍 업체들이 홈쇼핑, H&B스토어 등으로 채널을 넓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제품을 홈쇼핑, H&B스토어 등에서 판매할 경우 가맹점주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사드 사태로 로드숍들이 타격을 입고, H&B스토어, 홈쇼핑 등이 성장하면서 업계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 사드 보복이 극심했던 지난해 화장품 로드숍들의 실적은 모두 크게 감소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3732억85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0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3.7% 줄어든 112억2900만원을 기록했다. 토니모리의 매출은 1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잇츠한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6%와 50% 줄었다.
로드숍들이 휘청이는 동안 H&B 스토어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H&B스토어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4% 증가하면서 2조7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로드숍들도 가맹점 유지와 채널 확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상황이다. 에이블씨엔씨가 직영점만 있는 어퓨를 H&B스토어에 입점시키거나, 로드숍 업체들이 각 유통 채널 전용 제품을 따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H&B 스토어의 등장 이후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제품들을 비교·체험하고 소비하려 한다"며 "기존 로드숍들도 변화하며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