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후 500여명 단둥에 입국해
북한 노동자 원하는 中공장 많은 것도 원인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중국이 다시 북한 노동자의 외화벌이를 묵인하기 시작했다고 26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한 북중 무역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3월 말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에 입국한 북한 노동자만 5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당국이 불법 취업 단속을 느슨하게 해 북한이 제재를 빠져나갈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
2016년 9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세관에 줄을 선 북한 여성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4월 13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입관 시설엔 큰 가방을 가진 북한 여성 수십명이 5~6명으로 나뉘어 대형버스에 올랐다.
신문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방중하기 전까진 북한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는 있어도, 새롭게 중국에 입국하는 북한 노동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자 입·출국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단둥지역 무역관계자는 "이날 약 70명이 입국해 단둥에 있는 공장으로 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방문한 직후부터 북한 노동자의 입국이 시작됐는데, 눈에 띄지 않게 수십명 단위로 나눠서 매일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단둥에서는 북한 노동자가 정규 취직비자를 받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북한 당국이 발급하는 '도강증(渡江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강증은 친족 방문이나 관광 목적으로 중국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 경찰은 도강증으로 온 북한 사람들이 취업목적이란 것을 알면서도 묵인해, 일시체류에 필요한 외국인 등록 수속을 거쳐 노동자를 받아들인다. 도강증 유효기간은 최장 1년이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정기적으로 북한에 갔다 다시 중국에 오는 형태로 취직을 한다.
북중 무역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식의 노동자 파견은 10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하지만 중국은 작년 9월 UN안보리 제재결의에 따르면서부터 북한 노동자 파견을 금지했다. 정규 취직비자 뿐만 아니라, 경찰에 따른 외국인 등록수속까지 정지시켰다. 도강증을 활용한 불법 취업도 불가능하게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하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경제협력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중국은 정상회담 후에도 겉으로는 대북제재결의를 이행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김정은 방중의 대가로 북한 노동자 취업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北노동자 원하는 中기업 많은 것도 원인
"수백명 단위로 북한 노동자를 원하는 기업이 많다. 이제 겨우 북중무역의 봄이 왔다"
단둥에서 일하는 한 중국인 무역상은 아사히신문의 취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 노동자 파견은 북한 기업이 진행하지만, 북한 노동자와 중국기업을 매칭하는 건 이들 무역상이다.
지난해 9월 UN 제재결의 이후 중국에서 일하던 1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타격을 입은 건 북한 뿐만 아니라, 이들이 일하고 있던 수산·봉제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노동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일손부족이 심각해진 것이다.
신문은 "이들 공장의 노동력 보강으로 앞으로도 다수의 북한 노동자가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에 위치한 중국 측 지방정부에게도, 저임금에 근면한 북한 노동자는 기업 유치에 유리한 재료다.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1500위안(약 26만원)으로 저임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노동자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으로 한화 약 1140만원으로, 월급으로는 100만원 안팎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달 8일에도 대량살상무기 등 군사전용가능물자에 대해 북한 수출을 금지하는 등 UN안보리 북한 제재결의를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재 강화로 인해 북중 관계는 얼어붙었다.
신문은 "중국이 대화노선을 꺼낸 김정은 정권에 대가로서, 국제사회가 잘 파악하기 어려운 '회색지대'에서 외화벌이 수단을 제공하려는 것으 보인다"며 "김정은이 내세우는 경제건설을 지지하는 자세를 보이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