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기자 = 마취약을 통해 진통을 완화하는 무통분만은 산후회복이 빨라 전 세계에서 애용되고 있지만, 일본에선 전체 출산의 10% 미만에 그친다고 18일 지지통신이 전했다.
출산 고통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풍조 영향이 크다. 무통분만에 따른 사망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탓도 큰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손을 잡는 아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업무 공백기를 줄이고 싶어서 무통분만을 선택했습니다"
일본 대형투자펀드에 근무하는 가토 미치코(加藤道子)씨는 2년 전 아들을 출산했다. 출산은 진통을 느낀 시점부터 약 반나절이 이어졌다. 실제 출산 고통은 아이가 나올 때 압박받은 복부와 회음부 절개시에 느낀 게 전부였다. 다음날에는 걷기도 해 출산경험이 있는 가토씨의 친 언니가 놀라기도 했다.
가토씨는 산후 3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빠른 업무복귀가 "무통분만 덕분"이라고 말했다.
무통분만은 마취약을 통해 출산 시 느끼는 고통을 경감하는 출산법을 말한다. 출산 고통은 자궁 수축과 아기가 좁은 산도를 지나가면서 주변 장기 등이 늘어나는데에서 발생하는데, 일부 연구에 따르면 출산 고통은 손가락이 절단되는 고통과 비슷하다.
다만 지지통신은 "무통분만이라고 해서 완전히 고통을 없애는 것은 아니며, 생리통 정도의 고통으로 진통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저했다. 일부 시설에서는 무통분만 대신 '통증완화분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만 고통이 상당부분 줄어들기 때문에 산모의 출산 우려도 덜 수 있고, 긴장에 따른 피로도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바로 마취를 하기 때문에 태아기능부전 등의 상황이 발생할 때 대응하기도 수월하다.
기타가와 미치히로(北川道弘) 산오(山王)출산센터 원장은 "긴급 제왕절개로 전환하는데 20~30분 정도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도쿄도 내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남성 산부인과의도 "모체사망률은 일반적인 분만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무통분만의 역사 또한 오래됐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1819~1901)도 출산시 무통분만을 이용했고, 일본의 유명 여가수 요사노 아키코(謝野晶子·1878~1942)도 무통분만을 했다.
◆ 日 무통분만 6%에 그쳐…사회 풍조·연이은 사고 탓
무통분만은 고통을 경감시켜준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에서도 많이 이용되는 편이다. 제왕절개를 제외하고 무통분만이 실시된 경우는 미국의 경우 전체 출산의 약 60%, 프랑스는 약 80%에 달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출산 고통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풍조 때문에 무통분만이 이용되지 않는 편이다. 일본 산부인과의사협회가 2017년 6월 실시한 앙케이트 조사에 따르면 전체 분만의 6%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난해 4월 오사카, 교토 등을 중심으로 연이어 무통분만 사고가 일어나면서 무통분만을 기피하는 경향이 한층 강해졌다.
현재 무통분만은 '경막외 마취'라는 마취법이 이용된다. 척수부근에 마취약을 넣어 뇌에 통증을 전달하는 지각신경을 마비시키는 방법이다. 운동신경은 마비되지 않아 임산부의 호흡에는 영향이 없다. 다만 자연분만과 달리 합병증이 일어날 위험이 높다.
경막외 마취로 인한 합병증에는 마취약을 투여하는 카테터(의료용 관)이 잘못 삽입돼 경막 내측에 마비약이 과잉투여되는 부작용(전척수지주막하 마취)이나, 카테터가 혈관에 잘못 들어가 혈액 중 마취약 농도가 높아지는 부작용(국소마취약 중독) 등의 경우가 있다.
통신은 이같은 합병증은 산부인과 마취를 전문으로 하는 '산과마취과 의사'가 담당할 경우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아진다고 전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산과마취과 의사가 무통분만의 분만을 담당하지만, 일본은 일반 산부인과의나 마취의가 담당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출산이 소형병원 위주인 일본의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2017년 8월 후생노동성은 무통분만의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구축에 대한 방안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일본의 산부인과 관계자들은 연이은 사고들로 인해 일본 내에서 무통분만에 따른 의식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한다. 한 관계자는 "현재 무통분만이 보급된 나라들도 보급 전에는 많은 사고를 경험했다"며 "현재 일본이 그런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