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그에 따른 거취 문제가 정국의 최대 화두라는 반증이다. 금감원은 금융검찰이라 불릴 정도로 금융권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금감원장(차관급)의 거취 문제가 이번처럼 정치권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건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 중심에 참여연대 출신, 금융권·재벌 저격수인 '김기식'이 있다.
이번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파장도 과거 김기식의 궤적과 무관치 않다. 참여연대 때부터 김 원장이 누구보다 도덕성과 원칙을 강조했기에 그 비판은 가혹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김기식 원장 본인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사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김 원장의 사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여당의 우군인 정의당마저 김 원장의 사퇴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등을 돌렸다. 여론도 좋지 않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답변이 과반을 넘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김 원장의 선택의 폭은 이미 매우 좁아졌다. 문 대통령은 "김기식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해외 출장 등이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를 수긍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김 원장이 과거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는 데 이견이 없을 듯 싶다.
전날 청와대가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보낸 4가지 질의 역시 김 원장의 해석의 범위를 넘어선다. 질의 내용은 ▲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 가는 게 적법한지 ▲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 가는 게 적법한지 ▲ 해외출장 중 관광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이다. 선관위의 판단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제 김 원장의 선택은 한 가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외유성 출장 의혹 외에 일각에서 제기된 후원금 의혹, 인턴 특혜, 땡처리 출장, 셀프후원,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서 위법 요소가 있었다면 청와대를 설득해서라도 김 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김 원장이 이런 의혹에 대한 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떳떳하다면 논란을 뒤로 하고 금감원장직 수행에 매진해야 한다.
최근 상황과 맞물려 김기식 원장이 직을 유지하고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전직 금감원장들의 상황 인식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다. 원장직 수행의 흠결을 넘어선 '정치적인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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