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평화해상경계선 선포·DMZ 내 GP 철거 희망
"비핵화·평화협정 공감대 형성…정전협정→평화협정 바꿔야"
김정은, 비핵화 대신 경제발전 원해
북미회담서 테러지원국·경제제재 해제해야
[뉴스핌=서영욱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북한의 연이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 노동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간 군사대결시대를 종식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굳힐 수 있도록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나 1단계 경제제재 해제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 전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북핵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2018 서울이코노믹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뉴스핌 창간 15주년 기념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윤청 기자 deepblue@ |
이종석 전 장관은 우선 최근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연쇄 개최로 분단 73년 만에 한반도 대결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며 "한반도 갈등의 양 축인 남북, 북미 대결을 동시에 해소해 평화체제 구축 가능성을 포착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잇단 개최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만 개최될 경우 북미 대결구조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남북정상회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하지만 두 정상회담의 연이은 개최로 상호 긍정적인 영향으로 한반도 평화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국가들과 '비핵화'와 '평화협정'에 대한 개념을 우선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표명은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의 전제"라며 "이때 '비핵화'는 '핵 없는 북한'을 전제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협정'은 남북 혹은 북미 간 협정이 아니라 남북미중 4자 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킨다'는 의미가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대담하고 정교한 설득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활용해 북미 대타결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방경제 활성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의 비핵화, 남북경제협력 합의수준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은 남북, 북미 연쇄회담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줄 선물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 선물을 차등화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며 "비핵화 합의 수준은 제한적이라 남북정상회담으로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유도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지난 1992년 실시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인과 이를 위한 공동노력,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이어 2005년 9·19공동성명으로 이어진 과거 사례와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핵화와 연동돼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합의가 어느 정도 가능한 남북 군사관계 분야에서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 간 군사대결 종식과 이를 위한 실질적인 합의를 기대했다. 구체적으로는 NLL(서해 북방한계선)의 평화 해상경계선 선포 및 평화 수역화나 정전협정에 바탕을 둔 DMZ(비무장지대) 원상복원, DMZ 내 양측 GP를 철거하는 사례 등을 들었다.
또 휴전선에서 상대방 비방 선전 관련 시설을 철거하거나 해주항 출입 북한상선이 NLL 이남 해상통로를 이용해 공해로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평화체제의 비전과 개략적 로드맵까지 합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협력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평양과 서울에 남북 대표부를 설치해 남북정상회담과 각급 남북회담을 정례화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 위한 고향방문단' 교환, 남북의료협력단 구성, 대대적인 남북 간 산림협력이 대표적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뉴스핌 창간 15주년 기념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윤청 기자 deepblue@ |
이 전 장관은 남북정상회담 못지않게 북미정상회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 장거리 미사일 폐기와 북미수교, 평화협정체결을 비롯한 종국적 목표에 대해 포괄적으로 일괄 타결을 선언하고 이행 로드맵 작성을 후속 고위급 당국자 회담으로 넘기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1단계 대북제재 해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이 북핵 포기의 대가를 부분적으로 조기에 향수(享受)할 수 있도록 비핵화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비핵화-체제안전보장 타결과 동시에 이 일괄타결의 진정성과 이행의지를 보이기 위해 일부 분야의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큰 불만 중 하나가 미국이 자기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은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상회담 후 한반도 평화체제를 굳히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남북미중 4자 회담도 가동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경제보상과 경제협력 보장을 위해 이행 로드맵 작성 시 남한, 중국의 참여는 바람직하다"며 "북미 합의의 원만한 이행을 돕고 한반도 평화를 동북아 평화로 확대하기 위한 6자회담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욱 기자(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