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외환시장에서 연초 이후 계속돼 왔던 엔고 추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화 강세를 부추겼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지만 미중 간의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엔고에 대한 경계감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게다가 미국에 대해 큰 폭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이 표적이 될 리스크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지난 3월 22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최대 600억달러(약 64조원) 상당의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시세가 달러 당 104엔대까지 떨어지며 약 1년 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어 4월 3일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산업용 로봇 등 약 1300개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4일에는 중국 정부도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등 합계 106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응수했다. 양국의 양보 없는 공방으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경계감이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래리 쿠드로 위원장이 “시장은 과잉 반응하지 않길 바란다”고 발언하는 등 미 정부 관료들이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진화하고 나서면서 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한때 달러 당 107엔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엔/달러 환율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미국은 실제 관세를 부과하기까지 일정한 유예 기간을 두고 중국과 교섭할 방침이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丸山義正)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창끝을 거둬들일 확률이 높다”며 극단적인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본이 우려하는 것은 무역전쟁의 불똥이 일본에게 튈까 하는 것이다. 미국의 행동 여하에 따라서는 미일 간 무역 마찰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그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 이달 15일 전후 발표될 예정인 미 재무성의 환율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정책을 분석한 것으로 미국은 대미 무역 흑자가 큰 일본을 이미 ‘감시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지난해 가을 보고서에서는 엔화가 실제보다 저평가됐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3월 중국에 대한 관세 제재안에 서명하면서 일본을 대놓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이러한 논의가 거세지면 엔고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또한 오는 17~19일 예정돼 있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미국산 제품의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등 구체적으로 무역 불균형의 시정을 압박할 경우에도 엔고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