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트럼프 회동 앞두고 엔저 문제 부각될까 고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한국과 미국의 이른바 ‘환율 패키지’ 자유무역협정(FTA) 합의에 일본 정부가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상을 앞세워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을 문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만큼 아베 정부의 환율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엔화 <사진=뉴시스> |
4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일본 정책자들이 미국과 FTA 협상 과정에 한미FTA와 흡사한 전략이 일본에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큰 틀의 합의를 이룬 한미 FTA에 원화 가치의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장기간에 걸쳐 엔저 정책을 추진한 일본 정책자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주 플로리다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북한과 정상회담에 관한 쟁점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지만 양국의 무역에 관한 의견도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 정책자들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BOJ의 통화완화 정책과 이에 따른 엔화 약세를 거론할 경우 아베 총리와 정부 관계자들이 상황을 매끄럽게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 FTA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문제를 무역 협상과 결부시킬 가능성에 일본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해 1월 일본이 엔화 약세를 도모해 무역시장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날을 세울 여지가 높다는 관측이다.
일본의 한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11월 중간 선거가 가까워지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환율 정책을 쟁점으로 부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정책자도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화 환율을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이는 모든 정책자들이 염두에 두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강경한 행보를 취할 경우 일본 정부가 일정 부분 엔화 강세를 용인할 수밖에 없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흠집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엔화 환율 정책을 정조준하는 미국 정부에 무방비로 휘둘리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노출시킬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정치적인 불이익도 아베 정부가 경계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예외 국가에 일본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어 지난주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이 자동차와 쇠고기, 쌀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일본의 비관세 무역 장벽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이 미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