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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금감원장 김기식을 생각한다

기사입력 : 2018년04월06일 19:24

최종수정 : 2018년04월06일 20:26

[뉴스핌=홍승훈 증권부장] # 요즘 금융감독원은 표정관리중이다. 금융위원회가 방향을 잡으면 한마디 의견조차 내기 어려웠던 금감원은 정부 실세 김기식이 원장으로 오니 꽤나 반갑다. 그래서인지 최흥식 전 원장땐 격렬하게 반대했던 노조도 환영한다. "금융관료를 견제하겠다는 대통령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지금껏 관료출신 원장이 금융위의 예스맨이 돼 축소돼온 금감원의 권한과 기능을 되찾는데 주력해달라"고 했다. 김 원장도 '든든한 벗, 방패막이,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 금감원내 원팀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는 듯하다.

# 금융위원회는 겉으론 무덤덤한듯하나 내심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치인 출신, 이번 정권 창출에 지분(얼마나 될 지는 모르지만)이 있는 실세가 하급기관장으로 왔으니 거북하다. 금융위가 '머리'라면 금감원은 '손과 발'이니 큰 갈등이야 없지 않겠냐고 자위하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면서 관료들의 눈치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 금융회사들은 바짝 긴장했다. 금융업계 모두 안테나를 세우고 신임 원장의 행보를 가늠하고자 애쓴다. 19대 의원 시절 김 원장의 '깐깐한' 금융논리를 충분히 접했던만큼 후폭풍이 어디로 튈 지 예의주시한다. 벌써부터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 후퇴가 우려된다는 한숨소리도 들린다.

김기식 금감원장 선임은 최 전 원장 사퇴후 17일만에 전격 결정됐다. 흔히 나오던 하마평도 거의 없었다. 짧은 공백. 청와대가 김기식 선임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인사 초기엔 청와대의 정책 컨트롤타워인 J실장이 추천했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이후 청와대 실세 중의 실세 L실장이 밀었다는 게 중론이다.

왜 김기식일까.

무엇보다 모피아, 즉 관료에게 휘둘리지 않고 금융적폐를 뿌리뽑겠다는 정부 의지가 읽힌다. 대대로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은 소위 모피아 출신 관료들이 차지했다. 이번 정부의 관료에 대한 신뢰는 어느 때보다 낮다. 금융권과 자본시장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불신을 암암리에 보여준 인사란 분석도 나온다. MB정권이후 느슨해진 금융권 군기를 다잡고 모피아 중심의 금융당국 개혁을 단행하기에 싸움닭 김기식을 적임자로 본 것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을 앞둔 지금 경제검찰로 통하는 공정위 김상조와의 시너지도 고려한 듯하다.

김기식은 참여연대에서 10년 넘게 시민운동가로, 국회에선 19대 비례대표(2012년~2016년)로 정무위 의원으로 맹활약했다. 금융감독에 있어 디테일은 부족할 수 있어도 금융정책과 제도, 산업 전반에 대한 스터디는 잘 돼 있다. 자격이 없다 할 순 없겠다. 추진력과 기세도 남다르다.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리며 전문적인 식견으로 19대 시절 야당 위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다만 20대 공천 탈락의 원인이기도 한 독불장군 이미지 변화, 취임직후 불거진 의혹들과 야당 반대에 대한 적절한 대처는 지켜볼 대목이다.

금감원장이 된 그는 뭘 할까.

김 원장이 직접 작성한 취임사를 통해 봤을때 세가지 정도가 감지된다. 그는 금감원의 정체성을 바로하겠다며 영(令)을 강조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갈등 과정에서 추락한 금감원 권위를 곧추세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과 감독의 본질적인 차이를 언급하며 금융위와의 거리두기도 분명히 했다. 정치적 혹은 정책적 고려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금융위 패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예상됐던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조했다. '약탈적 대출'이란 말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금융회사와 금융그룹 검사 강도도 높아질 것 같다. 그는 기본적으로 금융산업 규제론자다. 상장된 주식회사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은 국민의 예금과 보험금 등으로 비즈니스를 하는만큼 공기관 수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그는 본다. 이번 정부와 금융산업을 대하는 스탠스가 같다. 때문에 과도한 금리 및 수수료 통제, 계열사 지원에 대한 엄격한 검사, 그림자 규제 등의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앞으로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이 시행돼 더 넓고 더 깊게 금융그룹 면면을 살필 수 있어 그의 칼날은 더 날카로와질 것이다.

칼자루를 쥔 김기식 원장. 최소 이것만은 지켜달라 부탁하고 싶다. 우선 업계와의 소통이다. 금융은 공공성도 있지만 상업성도 그 이상으로 중요한 명제다. 금융을 공공재, 사회복지의 수단으로 생각하면 무역전쟁, 자본전쟁이 벌어지는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워갈 수 없다. 이를 위해 업계와의 소통 확대는 필수다. 단 의원 시절 김기식 스타일로는 안된다.

감독과 검사관행 혁신도 필요하다. 금융회사들은 금융위보단 금감원과 업무적으로 직접 맞닥뜨린다. 그런데 요즘 금감원에서 칼 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존 업계가 너무 많이 누렸다. 우리처럼 규율이 약한 곳이 어딨겠냐. 우리가 과태료 몇백만원 낼때 외국은 수억달러씩 때린다. 영업정지도 숱하다". 최근 만난 한 금감원 관계자의 생각이다.

솜방망이 제재는 물론 문제다. 다만 처벌에 대한 철학이 다르다. 많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수억달러씩 벌금을 얻어맞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회사 대상이다. 사회에 책임지라는 의미다. 임직원에 대한 처벌은 해당회사 이사회에 맡긴다. 과실에 대한 임직원들의 잘못은 이사회가 판단하게끔 한다. 반면 우린 쥐꼬리 벌금을 때리고 사람을 처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적 처벌과 제도적 처벌을 구분해야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도 걱정스럽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다보면 못에 발이 찔릴 수도, 넘어져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 어쩌다 파상풍에 걸려 죽을 수도, 다리가 심하게 부러져 과도한 약물치료를 하다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못 뛰어놀게 하면 하체가 부실한, 다리가 약한 아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보호에만 치중하면 보다 창의적인 상품이 나오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의원 시절 갖던 금융산업에 대한 신념, 업계와 당국에 대한 선입견 가운데 버릴 건 미련없이 버려줬으면 좋겠다.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리고 떠나는 게 현명하고, 토끼를 잡고나면 덫을 버리는 게 맞다. 다행히도 그를 아는 한 지인은 여우에 빗댄다. 그래서 필마단기로 뛸 때의 김기식과 금융기관장으로서의 그는 확연히 다를 거란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증권부장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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