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미리 기자] 다음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취임사 전문이다.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랫동안 금융감독원을 지켜봐 왔지만 막상 여러분과 한 가족이 되어 이 자리에 서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여러모로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공직을 다시 하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여러분을 믿고, 여러분과 함께, 저에게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금 우리 금융감독원이 처한 상황은 엄중하기 그지없습니다.
시장경제의 룰을 집행하는 기관은 여러 곳이 있지만, 금융감독기구는 법령에 근거하면서도 그 특성상 재량범위가 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감독기구의 권위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금융감독원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이 큽니다. 감독당국으로서의 영(令)이 서야할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금융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쓰리고 아프지만,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세한 감독현안에 대한 언급 대신, 앞으로 금융감독원이 나아갈 방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첫째, 금융감독원의 정체성을 바로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금융감독원의 역할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 합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릅니다. 기본 방향에서는 같이 가면서도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저는, 금융감독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민이 금융감독원에 부여해 주신 권한을 금융감독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 사용하겠습니다.
둘째, 금융감독에 있어 조화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정책에 있어서 조화와 균형을 강조해왔습니다. 금융감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건전성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 조직을 분리해야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또 고민해야만 합니다.
금융감독기구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건전성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통해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그리고 금융소비자와의 접점에서 금융법규를 집행하고 감독행정을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이 상당하고, 특히, 앞서 말씀드렸듯이 법률이 규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휘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도 꽤 넓은 편입니다.
그래서 감독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일관된 일처리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야만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가 감독업무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금융감독원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감독당국으로서 우리의 권위는, 칼을 휘두르며 위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는 점을 함께 인식해주셨으면 합니다.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우리는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올곧게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융감독원의 양대 책무를 효과적으로 이뤄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길이고, 단기간에 국민들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와 여러분이 목표를 공유하고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변화의 물꼬는 반드시 트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4월 2일
금융감독원 원장 김 기 식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 도중 금감원 배찌를 가리키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