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과 후 부탄가스 24개 등 지니고 찾아가
"억울하니 기자를 불러달라" 황당 요구
재판부, 징역 8개월, 집유 2년 선고
[뉴스핌=황선중 기자] 서울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이 무자료 거래를 하다 적발돼 부과된 세금에 불만을 품고 세무서에서 부탄가스를 터뜨렸다. 법원은 이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단독 정정호 판사는 3일 세무공무원들의 납세와 체납 등 정당한 업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자영업자 강모(63)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 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강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세무서를 찾았다.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분납을 신청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거절당했다.
강씨는 마트를 운영하면서 무자료 거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료 거래는 세금계산서 없이 상품을 거래하는 행위로, 탈세의 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세금계산서가 없으면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산출할 수 없다.
앙심을 품은 강씨는 지난 2월 자신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술을 마신 뒤, 가게에 진열된 부탄가스통 24개, 일회용 라이터, 16cm 길이 주방용 칼과 가위 등을 챙겨 해당 세무서로 찾아갔다.
강씨는 세무서에 근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소속 국세조사관에게 "내가 억울하게 세금을 많이 맞았다"며 "세금을 나누어 내게 해 주든가, 가산금을 붙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또 "억울한 게 많으니 기자를 불러달라.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겠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 부위에 테이프로 고정한 부탄가스 3개를 칼로 찔러 터뜨렸다. 손에 쥔 부탄가스 통도 터뜨려 가스를 자신의 몸에 뿌렸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려는 시늉까지 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공권력, 일반 시민의 안전과 관련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폭력범죄 전과가 있는 피고인이 2008년 이후론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성실히 살아온 점과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세무공무원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기준을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선중 기자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