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박힌 일자리 정책 되풀이
KDI 등 연구기관 제대로 활용 못해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일자리 창출에 올인한다는 기획재정부가 국내외 최고 두뇌집단이 모인 싱크탱크를 '찬밥' 취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일자리 대책을 만든다면서도 정작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대학 연구소 등의 '머리'를 빌리지 않아 면밀한 이론적 준비없이 내놓는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기재부가 '특단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청년 일자리 대책도 판에 박힌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약 7년 동안 KDI나 대학 등 연구기관에 일자리 관련 연구를 의뢰한 건수는 3건에 그친다.
2014년 기재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재편 방향'과 '우리사주제도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외부 연구기관에 의뢰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외대 연구팀과 한국생산성학회가 각각 담당했다. 이듬해인 2015년 기재부는 '청년고용대책 이행사항 모니터링 및 실효성 제고 방안' 연구를 한국고용정보원에 맡겼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기재부> |
지난 7년간 실적은 위 3건이 전부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에도 기재부가 연구기관에 일자리 연구를 맡긴 적이 없다.
기재부가 주도해 마련된 일자리 대책 한계는 명확하다. 기존 정책을 확대·보완하는 수준에 그친다. 장기적인 이론적 배경도 없어 정책효과 등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발표된 청년 일자리 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추가고용장려금 확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소득세 면제 확대, 고용증대세제 확대,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 근로장려금(EITC) 확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확대, 창업 시 법인세·소득세 감면 확대 등 '차려진 것은 많은데 먹을 것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기존 정책의 지원 대상과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이 청년 일자리 대책에 다수 포함됐다. 재탕, 삼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기재부가 지금이라도 싱크탱크인 연구기관을 제대로 활용해 국가 장기정책에 대한 효과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싱크탱크를 활용해 해외 사례를 연구하면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에너지 절감 시설원, 화재경보장치 작동 감시원, 발 치료사 등이다. 이런 직업은 외국에 있지만 국내에는 없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각종 정책의 최종 결정이 국회 등 정치권에서 이뤄지다 보니 기재부 힘이 많이 빠졌다"면서도 "그래도 기재부는 싱크탱크를 활용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