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뉴스핌 이고은 기자] 16일 오전 주왕산 국립공원은 경치에 비해 인적이 드물었다. 국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거대한 돌 봉우리와 가파른 주상절리가 무색할 정도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이라는 것,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된 조선시대 인공 저수지가 있다는 것도 이날 알았다.
대전사에서 본 주왕산 국립공원 <사진=이고은 기자> |
전날 비가 내려 바람은 쌀쌀했지만 산에는 봄내음이 코 끝을 스쳤다. 주왕굴까지 이어지는 철제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중 앞서 가던 일행에게 감탄사가 들려왔다. 녹은 폭포수가 굴 옆으로 시원하게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손을 뻗어 잡아본 물줄기는 시리지 않았다. 용추폭포와 선녀탕의 물 색도 봄을 맞아 초록빛을 띠었다.
주왕굴 옆으로 쏟아지는 폭포 <사진=이고은 기자> |
급수대와 시루봉, 학소대 등 자연이 만들어낸 돌기둥과 절벽의 모습도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백악기 화산활동으로 주왕산에 아홉번의 화산폭발이 있었고, 세월이 지나 화산재가 식어 침식되며 깎아지른 절벽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안정된 지대로 이루어진 국내에선 보기 드문 경관인 것이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7년 제주도와 함께 주왕산이 위치한 청송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예전에 주왕산은 재를 3번 넘어야 올 수 있어 일반 시민은 쉽게 찾아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이 때문에 경관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못했지만 지금은 고속도로가 뚫려 훨씬 편하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왕산 국립공원 시루봉 <사진=이고은 기자> |
최근 주왕산에서는 과거보다 더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주왕산국립공원의 자연자원을 조사한 결과 주왕산 내 서식하고 있는 야생생물 종수가 3202종이라고 밝혔다. 10년 전 조사했을 당시 1726종에 비해 약 1.85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월과 9월 주왕산 절골지구 인근의 무인카메라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 2마리가 포착됐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주왕산에 산양의 서식이 확인된 것이다. 공단은 주왕산 부근에 최소 3마리 이상의 산양이 서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왕산국립공원 대궐영 지역에서 확인된 산양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
그외 수달, 붉은박쥐, 가시오갈피, 큰바늘꽃, 삵, 담비, 하늘다람쥐, 새호리기, 새매, 큰말똥가리, 긴꼬리딱새 등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주왕산 부근에서 발견됐다.
나공주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주왕산국립공원은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다"면서, "이번 자연자원 조사 결과가 주왕산국립공원의 잠재적인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왕산 국립공원 <사진=이고은 기자> |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