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다 관료 주도 대책에 곱지 않은 시선
지방선거 앞둔 정부 여당의 '꽃놀이패 전락'우려도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정부가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투입한 청년일자리대책을 내놨지만 시선이 곱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편성한 11조원대 ‘일자리 추경’이 국회를 통과(2017년 7월)한 지 불과 8개월 밖에 되지 않고, 체감효과도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또다시 연초부터 거액의 추경을 편성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14일 정부 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
특히 이번 청년일자리대책은 ‘추경의 국회통과’를 전제로 짜여져 있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잿밥’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에서 중견·대기업까지 확장한 신규고용지원금 등 대부분 대책이 추경이 되지 않으면 허사로 끝날 가능성이 커 포퓰리즘에 기댄 정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금 들어가는 '관주도' 보다 민간 일자리 창출 중요
정부가 15일 발표한 ‘청년일자리대책’의 핵심은 추경을 전제로 한 ‘관주도’ 일자리 정책이다. 세제와 금융혜택 등도 포함돼 있지만, 결국에는 십수조원대 추경을 쏟아부어 청년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기존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번 청년일자리대책을 위해 앞세운 중점 추진과제는 크게 4가지다. ▲취업청년 소득과 주거, 자산형성 및 고용증대기업 지원강화 ▲창업활성화 ▲새로운 취업기회 창출 ▲즉시 취·창업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 강화로 나눠진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대책의 전제 조건으로 ‘주요 사업이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추경 편성 신속추진’을 앞세웠다. 4월초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고, 4월중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맥을 잘못 짚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책상머리 굴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금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려는 관료 주도의 시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추경 이후 청년고용이 정부 기대만큼 증가할지도 의문이다. 추경호 의원실(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지난해 11조원 추경 당시 정부가 제시한 민간·청년 직접일자리는 9000개지만, 실제로는 목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396개에 그쳤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 간접지원을 위해 미련된 다른 사업들도 집행이 ‘흐림’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목돈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233억원의 추경이 편성됐지만 60%인 139억원만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추경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시선이 곱지 않지만, 정부는 이번 청년일자리 대책에서도 비슷한 대책만 되풀이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 등에 대한 민간 주도적 일자리 창출보다 여전히 공공부문과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대해 대책이 집중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은 기업에 달려 있다"며 "향후 기업들의 일자리 수요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함께 경제정책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한국은행도 관주도 실업대책에 비관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제조업의 해외 이전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구조적 요인이 고용창출을 제약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서비스업 부진 등으로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 제약요인을 해결해 나가는 노력과 함께 기업의 투자와 창업 활성화 등을 통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공공일자리에 힘을 모은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선거 앞두고 ‘꽃놀이패’ 쥔 정부
이번 청년실업대책은 정부의 ‘꽃놀이패’라는 관측도 있다.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이번 대책은 ‘추경의 국회통과’가 필수다.
국회의 추경 심사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야당으로서도 ‘거세게 반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명분으로 국회에 넘겨진 추경에 대해 야당이 딴지를 거는 모습을 보일 경우 ‘청년 표심’에 좋게 작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다고 야당이 판단해도 심각한 청년실업을 감안하면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선거를 앞두고 ‘꽃놀이패’를 쥔 셈이고, 야당으로서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정부와 여당의 속내를 파악하고서도 거부하기 힘든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청년실업대책은 경제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며 “정부 주도로는 출산율 대책처럼 ‘돈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