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는 힘들 것"
[뉴스핌=최원진 기자] 윌리엄 페리 미국 전 국방부 장관이 북미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협상을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페리 전 국방부 장관의 기고문에 따르면 그는 대북 대화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수석 관리 중 한 명이다. 페리는 1994년부터 1997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과 1999년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냈다. 그는 또,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중단과 북미 관계 개선 계획을 담은 '페리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페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정부의 대북 대화 성패로부터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조언했다.
페리는 "첫째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체제 생존 유지를 위해서라면 엄청난 돈을 들여서라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둘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절대 미치지 않았다. 자국민들에 무모하고 잔인한 독재자이지만 비이성적이진 않다. 지도부의 의도는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셋째, 정권은 관념(ideology)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체제 유지를 지원하지 않는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에 대한 필연적인 결과는 그들이 윤리적 또는 도덕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협상을 깨는 편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그들은 비밀리에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경고하면서 "마지막으로 북한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매우 중요시하지만, 경제적 이득을 위해 체제 생존권과 맞바꾸진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또, 이러한 교훈이 미국이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과연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고 정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확신하도록 설득할 방안이 있을까.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진정으로 협상테이블에 올릴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만약 회의론이 맞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실제로 비핵화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건설하는 중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전부 폐기하고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동의하는 조약을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라고 꼬집었다.
그렇지만 페리는 "비핵화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어떠한 협의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북한에 수입되는 핵 기술과 부품을 막아 향후 실험을 중단시킬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방향보다 비교적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협의가 되면 검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용한 결과는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큰 결과는 얻을 수 없다.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협상에 들어가 실패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그럼에도 (현 정부가) 미국의 안보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협상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