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정부 추진에도 '흐지부지'… 점주·소비자 반발
제조업체들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 수년 간 악화"
[뉴스핌=장봄이 기자]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이 다시 가격정찰제를 추진하고 나섰다. 시장에서 아이스크림 할인 판매가 고착화되자, 악순환 구조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빙그레 투게더 <이미지=빙그레> |
하지만 2년 전 정부가 추진했던 가격정찰제도 흐지부지된 바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빙과업체들은 일부 제품에 가격정찰제를 다시 도입하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부터 카톤 아이스크림류에 대해 가격 정찰제를 도입했다. 롯데푸드와 롯데제과, 해태제과는 이달부터 일부 제품에 가격정찰제를 적용했다.
가격정찰제는 의미 그대로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대부분 아이스크림에는 권장소비자가격이 적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제품 가격을 알 수 없다. 최종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판매점별로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 '반값 아이스크림'은 물론 '1+1행사'나 '80% 할인행사' 등을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체, 수익구조 악화 호소… "점주·소비자 반응 지켜봐야"
빙그레는 우선 투게더와 엑설런트에 권장소비자가를 표기해 출고했다. 롯데푸드는 구구제품에 가격(5000원)을 표시했고, 롯데제과는 티코와 셀렉션 제품의 포장박스에 권장소비자가(4500원)을 표시했다. 해태제과는 카톤 아이스크림인 베스트원 제품 등에 가격정찰제를 도입했다.
업체들은 과도한 할인판매 구조로 인해 몇 년 간 손해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아이스크림 가격을 결정하는 최종 판매자가 갑의 위치에 있다보니, 제조업체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낮춰 납품하거나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구조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가격정찰제 도입에 대한 논란은 몇 년 전부터 이어졌던 부분"이라며 "과도한 할인행사로 아이스크림 가격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에 수익성도 하락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일부 제품에만 적용해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판매처 등의 반응을 지켜본 이후에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들은 수익성·실적 악화 등도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푸드는 영업이익이 652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감소했다. 매출액은 1조8178억원으로 3.1% 증가했다.
빙그레 영업이익은 작년 347억원으로 전년 영업이익인 372억보다 줄었다. 매출액은 8131억6610만원에서 지난해 8574억5449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가격정찰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2012년부터 몇 차례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매번 슈퍼마켓 점주, 소비자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대폭 할인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가격에 거품이 많은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20대 한 소비자는 "제품 원가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격이 오른다고 하면 반길 사람은 없을 것 같다"면서 "가격이 오르거나 소비자 부담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판매가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시민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참고사진) <사진=뉴시스> |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