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필두로 알루미늄 철강 납 아연 등 일제히 하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구리를 포함해 지난해 파죽지세로 뛰었던 금속 상품의 약세 흐름이 두드러진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데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불을 당긴 무역전쟁 리스크에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구리 <사진=블룸버그> |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이 최근 금속 상품의 상승 베팅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구리 선물이 올들어 4.3% 하락했다. 지난해 31% 랠리하며 연말 4년래 최고치로 뛰었던 것과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철강도 마찬가지다. 중국 상하이에서 거래되는 철강 선물이 올들어 6% 이상 급락했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 선물 역시 4.3% 떨어졌다.
반면 관세 부과 이전에 현물을 확보하려는 업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알루미늄 현물 프리미엄이 지난 2015년 4월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이 밖에 아연과 납 등 주요 금속 상품 가격이 일제히 가파르게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금속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것은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와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한 결과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주요국 전반에 걸친 성장이 가시화된 데다 미국의 세제개혁이 최소한 1~2년간 성장 동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
지난해 중국의 환경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상품 시장이 최근 크게 흔들린 것은 중국의 성장 둔화 조짐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가 무역전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보복 관세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고, 주요국들의 무역 마찰이 본격화될 경우 성장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경고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관세를 시행하더라도 경제 성장률 목표치 3%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투자자들은 냉소적인 표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이 최근 상품 상승 베팅을 축소하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세븐스 리포트의 타일러 리치 편집장은 WSJ과 인터뷰에서 “금속 상품 랠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며 “매크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상품 가격을 끌어내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월가 투자은행(IB)의 전망은 흐리다. 바클레이즈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파운드 당 3.14달러에 거래되는 구리 선물이 내림세를 지속, 하반기 2.9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조지 마리스칼 이머징마켓 최고투자책임자(CFO)는 WSJ과 인터뷰에서 “금속 가격이 보호주의 행보와 연동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무역전쟁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경제 회복에 커다란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