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케미칼·애경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고발'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인체 안전과 관련한 내용을 숨긴 채 ‘가습기살균제’를 팔아온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대한 공정당국의 재조사 결과가 ‘검찰고발’로 결론 났다. 특히 고광현·안용찬 애경산업 전(前) 대표이사와 홍지호·김창근 SK케미칼 전 대표이사가 검찰조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의 부당 표시·광고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억3400만원을 부과한다고 12일 밝혔다. 또 공정위는 SK케미칼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 애경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로써 검찰조사를 받게 된 애경 전직 임원은 현(現) 애경산업 사장인 고광현 전 대표이사와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 부회장인 안용찬 전 대표이사다.
SK케미칼의 경우는 현 수원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인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이사와 현재 SK이노베이션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창근 전 대표이사다.
전원회의가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전경. <사진=뉴스핌DB> |
2016년 당시 공정위는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하면서 애경과 SK케미칼의 공소시효 만료를 그 해 8월 31일자로 봤다. 하지만 공정위가 재조사를 펼치는 과정에서 2013년 4월 2일 가습기메이트 제품이 판매된 기록을 확보했다.
애경산업·SK케미칼의 홈클리닉가습기메이트 표시·광고행위 종료일에 따른 공소시효가 올해 4월 2일까지 남은 셈이다. 다만,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의 공소시효가 완료된 이마트 건의 경우는 고발에서 제외됐다.
표시·광고에 대한 위법성 판단과 관련해서는 환경부의 동물실험 결과를 봐야한다는 2016년 당시 판단과 다른 해석을 내놨다. 환경부의 동물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도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인정한 근거는 역학조사 결과에 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재조사 판단이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동물실험은 위해성 평가에 있어 보강자료가 될 수 있으나 ‘기전(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위해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마찬가지로 동물실험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험물질의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민호 과장은 “향후 제품의 인체 위해성과 관련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역학조사 결과가 있다면, 공정위는 역학조사 결과를 우선해 제품의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징금 부과가 예상보다 적은 이유와 관련해서는 가습기살균제 제품 판매가가 낮은데다, 3사 합산 총매출액 규모가 74억원 수준인 점이 적용됐다. 현행 표시광고법상 과징금부과율 상한은 관련 매출액에 2%다.
따라서 41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애경산업과 19억7000만원 매출의 SK케미칼은 각각 과징금 8300만원, 3900만원을 물게 됐다. 7억6000만원의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이마트의 경우는 700만원을 조치토록 했다.
인 과장은 “이 사건 표시·광고에는 흡입과 관련된 어떠한 경고나 주의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표시·광고만으로는 소비자가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위해성을 인식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표시·광고에서는 삼림욕 효과, 아로마테리피 효과 등 긍정적인 효능·효과가 수차례 강조돼 소비자로서는 흡입 시 유익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인식하거나 인식할 우려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른 관리대상 품목이 아니어도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는 등 통상적인 안전성을 구비한 제품인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외압 의혹과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체 조사를 벌인 바 있다”며 “윗선 외압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일축했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