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SK케미칼 등 사건처리 패싱…문제있어
위법성 판단 '유보'…지나친 해석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 부적절
2016년 사건, 심의절차종료 '유감표명'
추가적인 조사와 심의, 공정위에 권고
공정위, "재조사 마무리…내년 1월 발표"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공정당국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인체위해 가능성 여부에 대한 판단없이 심의절차를 종료한 점과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를 통해 사건을 처리한 부적절성이 지적됐다.
권오승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TF 팀장(서울대 명예교수)은 19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평가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였던 지난해 공정위가 심의절차종료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사건의 처리과정은 실체적·절차적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먼저 실체적면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인체위해 가능성이 있고, 표시·광고 당시 해당 사업자가 제품의 인체위해 가능성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자가 제품의 인체위해 가능성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제품 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표시·광고하지 않은 행위는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한다는 게 TF 측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제품의 위해성을 명확하게 입증된 경우로 본 것은 표시·광고법의 입법취지와 표시·광고가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에 비춰 지나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절차적 측면의 경우는 첫 사건을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를 통해 논의한 것은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봤다.
심의절차종료 의결이 2016년 8월 19일 위원들 간의 대면회의가 아닌 유선통화를 통해 이뤄진 것도 지적사항이다.
아울러 환경부가 가습기메이트 단독사용자 2명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추가 인정한 사실과 환경부의 연구 내용에 관한 사실 등 심의과정에서 해당 중요사실이 고려되지 않는 점도 지목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우)·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좌). <사진=뉴스핌DB> |
심의절차종료 결정의 근거였던 환경부 연구의 내용과 의미에 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이뤄졌다는 지적에서다. 즉, 사건 주심이었던 김성하 공정위 상임위원이 환경부 연구내용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환경부의 추가 연구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인체유해성을 전제로 피해발생 메커니즘 및 폐 이외 장기에 대한 건강영향 등을 규명하는 연구였다.
하지만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등과의 불분명한 인과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조사연구라고 여기고, 환경부의 추가 연구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심의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오승 TF팀장은 “2012년 사건은 제품 라벨 표시 외에 다른 표시·광고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2016년 심의절차종료 의결은 절차적·실체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이어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심의절차종료로 의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적인 조사와 심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이 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무처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조사를 마무리하고 안건을 위원회에 상정한 상태”라며 “위원회가 애경·SK케미칼 고발 판단을 내릴지 여부는 내년 1월 전원회의를 통해 결론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절차와 내용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호영 한양대 교수, 강수진 고려대 교수, 박태현 강원대 교수로 꾸려진 외부전문가 TF를 운영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DB> |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