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음력 설 용품 중 60%가 수입제품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유통가는 물론 전 세계가 중국 최고의 명절 춘제(春節 음력 설) 대목을 맞았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춘제 전 설을 쇄기 위한 '녠훠(年貨)'를 준비하는 풍습이 있다. 과거 음력 설날이면 평소에 먹지 못하던 고기와 전을 푸짐하게 준비하고, 설빔을 마련했던 우리나라처럼 중국도 일년 동안 모아둔 자금으로 매년 춘제때 각종 음식, 의류 및 간식 등을 '녠훠'로 준비한다.
춘제때 '녠훠'를 준비하는 풍습이 현대에까지 이어지면서 춘제가 연초 최대 '쇼핑 데이'가 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와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인의 춘제 쇼핑 지역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고, 춘제 소비 대목의 영향이 전 세계 유통가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 런민르바오(인민일보) 해외판은 5일 외국산 물품이 중국 춘제 '녠훠'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는 현상을 집중 보도했다. 최근 몇 년 중국 녠훠 시장에서 수입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등하고 있는 배경과 원인을 분석한 것.
매년 춘제 시즌이 되면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매출은 급등세를 보이는데, 녠훠를 준비하거나 명절 분위기에 소비에 가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전자상거래를 통해 녠훠를 준비하는 소비자 가운데, 해외직구 등을 통해 수입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라고 런민르바오는 전했다.관련 자료에 따르면, 해외직구 전자상거래의 보급으로 중국 춘제 녠훠 상품 중 수입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춘제때 수입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와 해외직구 플랫폼들도 수입 '양(洋)녠훠'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에서 '녠훠' 구매순위 상위에 오른 세계 각국의 제품 <징둥상청 화면 캡쳐> |
중국 최대 해외직구 플랫폼인 톈마오궈지(天貓國際)와 또 다른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京東)에서 팔리는 녠훠 상품에는 상당수가 수입제품이다.
톈마오궈지는 춘제 대목을 맞아 녠훠 상품 판촉에 나섰고, 징둥도 녠훠로 인기가 높은 수입 상품에 '녠훠제(年貨節 설날 품목)'이라는 표시를 달아놨다.
아마존과 쑤닝 등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춘제 대목을 맞아 수입제품 판촉에 나서고 있다.
녠훠로 인기를 끄는 수입제품은 각종 과자와 초콜릿, 화장품 및 영양제 등 다양하다. 한국 제품으로는 화장품과 팩, 김 등이 인기가 높다.
특히 춘제때 수입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대도시에서 지방 소도시로 확대되는 추세여서 '수입산' 물품의 춘제 쇼핑 목록 장악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충칭(重慶), 톈진(天津), 난징(南京), 우한(武漢), 항저우(杭州)의 다섯 지역은 '수입 녠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5대 2선 도시로 꼽혔다. 이들 지역이 2017년 춘제때 구매한 수입 제품 규모는 2016년보다 27%가 늘었다.
2017년 상반기 중국의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0.7%가 늘어난 3조 60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춘제를 시작으로 중국의 해외직구 전자상거래 산업이 지난해와 같은 고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직구 전자상거래 산업의 발달과 함께 갈수록 증가하는 관세 인하 혜택도 수입 제품 '녠훠'의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 1월 11일 중국 상무부 대변인 가오펑(高峰)은 중국에서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는 1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FTA 협정 확대로 23개 국가에서 8000여 종의 상품의 무관세로 중국에 수입되고 있다.
무관세 수입 제품에는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화장품, 조제 분유, 아이슬란드 연어, 칠레 와인, 아세안 열대과일 등이 포함됐다.
관세가 대폭 인하된 제품도 크게 늘면서 중국인의 수입제품 수요와 소비 능력도 함께 향상되고 있다. 일례로 올해 1월 초 중국과 호주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후 4차 관세인하를 단행했고, 그 결과 호주산 와인의 관세가 2.8% 낮아졌다.
런민르바오는 가장 전통적인 명절인 춘제때 중국인의 해외 쇼핑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 소비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신소매 전략과 전자상거래에 익숙한 90허우·95허우(1990년대와 1995년대 출생자) 소비자의 부상,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수입 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것.
신소매(첨단 기술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유통 융합) 트렌드에 맞춰 해외직구 업체들이 다양한 신기술과 유통 시스템을 도입, 해외 직구 상품 소비가 국내 소비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신소매 트렌드에 맞춰 톈마오궈지, 징둥 및 왕이카오라(網易考拉) 등은 오프라인 체험 매장도 늘려 가고 있다. 왕이카오라는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오프라인 직영매점을 열었고, 톈마오궈지도 오프라인 물품 매장의 테스트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알리바바 산하의 톈마오궈지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는 휴대폰을 통한 '스캔' 하나로 상품 주문, 신분인증, 해외결제, 물류 정보 확인, 관세 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물품을 수령할 수 있는 완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