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들 발언부터 법인세 인하 포함 정채까지 같은 맥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가 지난해에 이어 연초 가파른 내림세를 지속하자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조작설이 제기됐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에서 보듯 미국 정책자들이 인위적인 달러화 약세를 도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시장 전문가들은 올들어 달러화 하락이 시장 원리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두 개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고,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의 연이은 달러화 전망치 하향 조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달러화는 지난해 이후 유로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에 대해 13%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므누신 장관의 약달러 선호 발언이 투자자들 사이에 ‘팔자’를 촉발시켰다.
정책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달러화 관련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 고개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은 미국이 ‘환율 냉전’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교역 국가의 통화에 대해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달러화 약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핌코의 조아킴 펠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지금까지 미국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개입으로 주요국과 마찰을 일으키기보다 ‘뼈 있는’ 발언과 행동으로 환율을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경기가 호조를 이루는 상황에 대규모 법인세 인하와 경기 부양책 등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정책 행보 역시 정부 부채를 늘리는 한편 국채를 포함한 달러화 자산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책자들은 다양한 각도와 경로를 통해 약달러를 목표하고 있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리서치 업체 가베칼의 아더 크로버 애널리스트는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강달러를 선호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투자자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국정 목표 가운데 한 가지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달러화가 하락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니혼게이자이 아시아 리뷰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 전쟁이 아시아 지역의 리스크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브노아 꾸레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이 미국의 환율 전쟁에 정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달러 약세를 둘러싼 주요국간 마찰이 점차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편 2일 달러 인덱스는 0.7% 급등하며 89.28에 거래, 4개월래 최대 폭으로 뛰었다. 1월 고용 지표 호조가 달러화에 상승 탄력을 제공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