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되면 또 '허송세월'..상반기 내 끝내자" 주민들 뭉쳐
"내진설계 적용안된 단지는 안전진단 제외해야" 주장
[뉴스핌=서영욱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 안전진단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지 못하도록 안전진단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지난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 연한 연장과 안전진단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목동신시가지는 올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예정돼 있었다. 차분히 재건축을 준비하던 주민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
23일 목동신시가지 주민들에 따르면 목동4단지 주민들은 최근 재건축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안전진단을 서두르기로 했다.
목동4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4단지는 1986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 30년을 이미 충족시켰다"며 "지금 4단지는 건물과 배관 노후화, 주차난이 심각하고 내진설계가 안된 건축물이라 입주민 안전에 취약해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4단지 외 7단지와 10·11‧12단지도 상반기 내 안전진단을 실시하자는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목동10단지 한 주민은 "10단지는 1988년에 완공돼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포항지진 당시 집에서 진동이 느껴졌을 정도로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차공간이 부족해 낮에도 이중주차를 하고 있어 소방차가 지나갈 자리도 없다"며 "내진설계가 안된 30년차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제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서두르는 이유는 정부가 재건축 연한 연장과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연한과 같은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목동신시가지단지 1~14단지는 1988년부터 입주를 모두 마쳐 올해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정부는 지난 2014년 9.1부동산대책에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또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는 대부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안전진단을 완화했다.
이 때문에 목동신시가지단지는 올해부터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지난 18일 김 장관은 "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 안전성의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목동 단지는 규제가 강화되기 전 안전진단을 받아 놓으려 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은 2000년대 중반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때 구조적인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아 상당 기간 표류한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안전진단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재건축 연한이 지난 2014년 9.1대책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면 1988년 입주한 목동신시가지 7단지와 11~14단지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4년 뒤 오는 2022년 재건축이 가능하다.
목동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 모습 <사진=뉴시스> |
목동 주민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입장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9일 간담회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은 국토부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불과 열흘만에 김현미 장관이 재건축 연한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 국토부가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목동 12단지 한 주민은 "연내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예정돼 있어 장관 발언 이전만 하더라도 추진 속도는 늦지만 기대감이 컸다"며 "하지만 지금은 재건축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불만에 찬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욱 기자(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