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일본은행(BOJ) 차기 총재 후보 예상 조사에서 현직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22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지난 15~17일 이코노미스트 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로다 총재는 100점 만점 중 97점을 얻으며 다른 후보자들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구로다 총재가 퇴임할 경우 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자 24명 중 23명이 “엔고가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주가에 대해서는 응답자 22명 전원이 “주가는 떨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임기 만료까지 3개월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구로다 총재의 후임 문제에 쏠리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선택하는 차기 총재에 의해 다음 5년간의 금융정책 방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재팬의 나가이 시게토 대표는 “조기 정책 변경을 조금이라도 연상케 하는 인사 결정은 엔고와 세계적인 장기금리 변동을 초래할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 3월 구로다 총재 취임 당시 아베 총리는 2월에 인사를 결정했다.
◆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
구로다 하루히코 : 현 총재
‘너무 늦고 규모도 너무 적다’라는 종래 BOJ 금융정책의 이미지를 뒤집고 적극적인 금융완화 자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듭되는 완화책이 시장 기능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출구 전략에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로다 총재가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을 강력하게 떠맡아 왔다는 것은 사실이며, 아베 총리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BOJ 총재가 이따금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2% 물가 목표 달성이 요원한 가운데서도 언제나 정책의 효과를 강조한다. 재임에 성공할 경우 그가 내놓을 다음 한 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카소 히로시(中曾宏) : BOJ 부총재
현직 부총재.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차원(異次元) 완화로부터 혼란 없이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차기 총재의 큰 임무가 될 것이란 견해가 제기되는 가운데, 유력한 후보자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BOJ 정책 분석가 사이에서는 구로다 총재의 적극적인 완화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구로다 총재의 제안에 전부 찬성표를 던지고 있고, 정책위원회와 집행부의 가교 역할을 해내 왔다. 임기는 3월 말까지이다.
혼다 에츠로(本田悅朗) : 주 스위스 대사
아베 총리와 30년 이상 친분을 쌓으며 아베노믹스 금융정책의 어드바이저를 맡아 왔다. 2013년 구로다 총재 취임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 스위스 대사로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는 총재 취임 제의가 있을 경우 “목숨을 걸겠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2014년 소비세 증세는 경기 후퇴로 이어지며 실패했다는 것이 지론. 2019년 10월 예정돼 있는 추가 증세에도 부정적이다. 구로다 총재는 증세를 지지하고 있다. BOJ 차기 총재와 관련해 “증세를 주장하는 사람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이토 다카토시(伊藤隆敏) : 미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 교수
구로다 총재와 가까우며 부재무관으로서 함께 일했던 1999년에 물가 목표의 중요성을 외치며 구로다 총재에게 영향을 주었다.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 장단기 금리 조작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미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 교수로서 국내는 물론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그렌 허버드 콜롬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들과도 친분이 있다.
아마미야 마사요시(雨宮正佳) : BOJ 이사
BOJ 토박이로 일명 ‘미스터 BOJ’로 불린다. 현재 금융완화 정책의 틀을 주도해 왔다. 주의나 주장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함과 새로운 수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구로다 총재 하에서 잘 들어맞았다는 평가다.
의견이 크게 갈리는 경제 논쟁에서도 영리하게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시하는 수완은 정치가나 재무성 관계자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政) :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
전 BOJ 부총재로 내각부에서 정책총괄관을 역임한 일본을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이다. 부총재 시절에는 2017년 2월의 금리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2011년에는 급격한 엔고 하에서 외채 구입을 제안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BOJ의 현재 정책에 비판적이다.
나카오 다케히코(中尾武彦) : 아시아개발은행 총재
구로다 총재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구로다 총재의 후임으로서 재무관에서 아시아개발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2010년과 2011년 엔고 국면에서는 엔화 매도·달러화 매수 개입을 주도했다. 라엘 블레이나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와는 재무차관 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이다.
이번 조사는 차기 BOJ 총재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후보자를 3명 뽑은 후 그 중 가장 유망한 후보에게 3점, 다음 후보에게 2점, 마지막 후보에게 1점을 부여했다. 각 후보자의 득점을 전체 응답자가 가장 유망하다고 답한 경우의 득점으로 나눠 최종 점수를 산출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