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복지부에 이어 해수부 사무관 스스로 목숨 버려
"가족들에게 잘하지 못해 미안하다"
'철밥통·관료주의' 옛말…과다업무 '피로호소'
야근·주말근무 등 업무량 여전…가족도 못만나
중앙부처 공무원, '정신건강'에 악화 구조
[세종=뉴스핌 이규하·한태희 기자]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10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ㄱ씨(5급 사무관)가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이 발견, 경찰이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ㄱ공무원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등 ‘평소 가족들에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 정부청사 내에서는 세종 이전으로 가족이나 연인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는 등 생이별을 경험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실제 세종청사 내에는 평일 업무를 비롯해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 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지난해 초 보건복지부 소속 30대 워킹 맘의 과로사는 공직사회에 충격을 줬다. 당시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 사무관의 사망 시점은 평일도 아닌 일요일 출근길인 오전 7시였다. 2014년에도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던 20대 후반의 여성 사무관이 세종시 소재 오피스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무관은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에도 보건복지부 남성 사무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13년 기획재정부 여성 사무관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목숨을 버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별개로 과도한 업무로 가족 임종을 못 지킨 한 기재부 공무원의 사연도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과로자살’이라는 표현을 쓴다. 과도한 업무와 여전히 부족한 여가시설, 감정 노동, 가족과의 생이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이들을 자살이나 자살 충돌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우울증 환자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우울증 진료 환자 수는 2012년 58만7860명에서 5년 후 64만명을 돌파했다.
2016년 기준 제주도(1732명)에 이어 충남(1703명)과 세종(1567명), 충북(1501명)이 전국 최고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을 묶을 경우 지역별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정부 <사진=뉴스핌DB> |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대비 자살률 1위(24.6명·2016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2016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23.2명)은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6번째(인천과 동일)로 높은 곳이다.
무엇보다 세종은 인구 10만명당 지역별 자살이 급상승하는 곳이다. 세종 지역의 자살 규모는 2013년 14.7명에서 2014년 15.2명, 2015년 19.7명, 2016년 23명을 넘어섰다.
세종 지역의 자살 규모가 세종시 공무원들의 자살률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단 사회와 조직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직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 등 복지 안전망도 절실하다는 진단에서다.
A부처 공무원은 “과거 철밥통·관료주의로 통하던 공직사회가 최근 성과주의 등의 전시행정이라는 오명의 과정을 밟으면서 공직사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며 “과도한 업무 부하가 걸리면서 허리라인으로 불리는 중위(中位) 공무원들의 정신건강도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B부처 공무원은 “승진하기 전에는 업무량이 과도한 부서일을 맡아 분당에서 세종까지 출퇴근이 사실상 힘든 상황을 경험한 적 있다”면서 “몸은 힘들어도 경기권인 집에서 3년째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낮은 곳에 배치돼 그나마 나은 경우이나 인사 소식이 들릴 때면 다소 불안하다”고 귀띔했다.
정부세종청사 상담센터인 ‘마음톡톡’ 박명희 센터장은 “세종은 지금 도시 환경 적립이 안됐다. 공무원도 직장인이다. 직장인 개인 문제로 돌릴 것이 아니라 부처에서도 공무원 복지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무원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부처가 문화 강좌 등을 많이 하는 상황이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국회가 자살예방 강화를 위해 확정한 보건복지부 예산은 당초 정부 예산보다 58억원 늘어난 604억원 규모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한태희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