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진경준 징역 4년·김정주 무죄 선고
2심, 진경준 징역 7년·벌금 6억 등 형량 높여
김정주도 항소심서 징역 2년·집유 3년 선고
[뉴스핌=김범준 기자] 넥슨으로부터 120억원대 '공짜주식' 등 뇌물을 수수·공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경준(50·사법연수원 21기) 전 검사장과 김정주(49) NXC 대표가 다시 2심 재판을 받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2일 오전 이들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및 제3자 뇌물수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
대법원은 "장래 행사할 직무 내용이 뇌물과 관련된 것임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장차 직무권한을 행사할지 여부 자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논란의 '넥슨 주식'에 대해 앞서 1심과 2심 모두 "직무 관련 대가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다"며 무죄로 판단한 것과 같은 입장인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免訴)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선 뇌물수수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진 전 검사장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에서 이익을 공여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진 전 검사장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혐의에서 사실상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셈이 됐다. 김 대표 역시 뇌물공여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됐다.
진경준(왼쪽) 전 검사장과 김정주(오른쪽0 넥슨NXC 대표. [뉴스핌DB] |
진 전 검사장은 김 대표로부터 총 9억여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진 전 검사장은 지난 2005년께 김 대표로부터 4억2500만원을 받아 비상장 넥슨 주식 1만주를 구입하고 이듬해 넥슨 재팬주식 8537주로 교환해 12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주식 무상 취득이 논란이 되자 진 전 검사장은 "오랜 친구인 김 대표에게 돈을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재직 당시 김 전 대표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가족 여행경비와 고급 차량을 제공받은 혐의, 한진그룹 관련 내사 사건을 종결하면서 대한항공으로부터 100억원대 일감을 처남 명의의 청소용역업체에 몰아준 혐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한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기게 된 만큼 실형과 함께 추징금 130억원도 함께 구형했다.
1심은 "둘 사이에 오고간 돈에서 '직무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며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진 전 검사장에 4년을 선고했다. 김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은 원심 판단을 깨고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7년에 벌금 6억원과 추징금 5억원, 김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억여원으로 형량을 높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에서 직무란 과거에 담당했거나 미래에 담당할 직무라 하더라도 공무원이 그 직위에 할 수 있는 일체의 직무를 말한다"라며 "김정주는 법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고, 진 전 검사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라고 진술하며 사실상 개인적 이익을 위해 줬다는 점을 시인했다"며 직무의 범위를 좀 더 넓게 봤다.
다만 논란의 '넥슨 주식'에 대해서는 ▲김 대표가 본인과 관련없는 주주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진 전 검사장 외에도 주변인들에게 주식 매수를 요청한 점 ▲매도인과 진 전 검사장을 연결해준 데 불과한 점 ▲직무 관련 대가성이 없는 점 ▲주식 가격을 김 대표가 직접 책정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