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리즈·C클래스 500만~1000만원 할인, 스팅어 가격 같아져
김창식 부사장 “브랜드 가치 위해 가격 대응 하지 않는다"
[ 뉴스핌=한기진 기자 ] 기아자동차가 ‘스팅어’의 판매 둔화 이유로 고급 수입자동차의 ‘할인공세’ 를 지목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독무대인 고급 스포츠세단 시장에 진입하자 강력한 ‘가격방어’에 당했다는 것. 기아차는 스팅어를 통해 선보인 ‘E’ 브랜드의 가치 제고를 위해 가격할인 맞대응은 피하기로 했다.
22일 기아차에 따르면 스팅어는 월 판매 목표(1000대)의 70% 수준으로 넉 달 연속 떨어졌다. 8월에서 11월까지 월판매수량이 700대 수준에 그쳤다. 지난 5월 출시 이후 1000대를 넘은 것은 6월(1290대)과 7월(1031대) 두 달 뿐이다.
스팅어의 판매 둔화 원인에 대해 김창식 기아차 부사장(국내영업본부장)은 최근 뉴스핌과 만나 “경쟁 수입차들이 할인공세를 펼치면서 스팅어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지 (제네시스 G70)의 영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팅어가 진입한 4000만~5000만원대 스포츠세단 시장은 독일3사의 무대다. 브랜드 밸류와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벤츠, BMW, 아우디 등 '그들만의 리그'다.
기아차 스팅어가 이들 구도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독일 3사는 즉시 반격에 나섰다. 막강한 판매망과 가격대비 성능비에서 앞선 기아차를 견제해야 했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3시리즈나 C클래스를 500만~1000만원씩 할인해 스팅어의 가격대로 맞춘 것. 할인하지 않는다는 벤츠도 이 대열에 동참할 정도로 반격은 매서웠다.
BMW 330i M스포츠 패키지(신차가 5590만원)는 1000만원 가까운 할인으로 4000만원 중반, 벤츠 C클래스는 500만원 할인해줘 5000만원 초반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스팅어 2.0T와 3.3T의 풀옵션 가격(4000만~5000만원)과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스팅어의 판매 부진은 동급 차량인 제네시스 G70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같은 엔진과 뼈대를 사용하면서 고객들이 분산됐다는 이야기다. 지난 9월 20일 출시된 제네시스 G70은 10월 판매량은 958대를 기록했고, 11월 판매량은 1591대까지 솟구쳤다. 또한 상품성 면에서도 준중형도 준대형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으로 주력 타깃층인 30~40대의 구매를 꺼리게 만들었다고도 본다.
하지만 기아차는 스팅어의 판매 부진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많이 팔기 위한 모델이 아니라 기아차의 브랜드가치를 한 단계 올려줄 개척차(車)라는 이유에서다. 처음으로 300마력의 강력한 성능의 스포츠세단을 5000만원대에 내놨고, 엠블럼도 ‘KIA’가 아닌 고급브랜드로 키우려는 ‘E’를 달았다.
김창식 부사장은 “스팅어는 고급차시장에 진입한 차량으로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 가격할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