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튼플래닛, 세계 최초 증강현실 스마트칫솔 출시
[뉴스핌=김겨레 기자] 아이들은 양치를 싫어한다. 놀던 것을 멈추고 양치를 해야하고, 양치를 한 뒤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발버둥치는 아이를 붙잡고 억지로 양치를 시키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올해 3월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에서 독립한 스타트업 키튼플래닛은 양치를 놀이로 바꾼 애플리케이션(앱)과 스마트칫솔 '브러쉬 몬스터'를 개발했다.
9월 출시한 브러쉬몬스터 앱은 오랄비와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양치 앱 1위에 올랐다. 출시 이후 다운로드 수는 매주 50%씩 늘어나고 있다. 앱을 내려받은 사용자가 매일 사용하는 비율도 30%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 비율이 10%만 돼도 성공적이라고 본다.
브러쉬몬스터 앱을 실행하면 아이들의 얼굴과 함께 증강현실(AR) 칫솔이 나타난다. 스마트칫솔에는 모션 센서가 내장돼있어 아이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양치 결과도 알려준다.
최종호 키튼플래닛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헬스케어 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분석하는 연구원이었다. 그는 네트워크사업부와 의료기기사업부 동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C랩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종호 대표는 "유아 교육은 아이가 직접 체험해봐야 효과가 있는데 기존 앱들은 대부분 캐릭터 중심이었다"며 "아이들이 캐릭터를 보고 있을 뿐,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 캐릭터가 신나게 양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같은 방식이 아이들이 직접 따라하는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키튼플래닛 역시 비슷한 실수를 해봤기 때문이다.
최종호 키튼플래닛 대표 <사진=김겨레 기자> |
최 대표는 지난 3월 전라북도 정읍의 한 어린이집에서 브러쉬몬스터를 시험했다. 5세반 아이들 5명에게 앱과 함께 양치를 시켜봤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단 한 명도 앱을 보고 양치를 따라하지 못했다.
최 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서 아예 따라하지 못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미 삼성전자에서 독립하기로 결정한 뒤라서 망연자실했다"고 전했다.
당시 앱은 스마트폰에 아이의 얼굴을 비춰주고 양치하는 3분 동안 얼굴이 변신하는 것이 컨셉이었다. 아이들이 양치를 싫어하는 마음을 없애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였다.
최 대표는 "이를 닦는 행동이 본질인데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양치를 게임으로 만드려고만 했다"며 "철저하게 아이 위주의 양치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키튼플래닛은 3개월 동안 칫솔의 하드웨어부터 앱의 디자인까지 모두 새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칫솔 모양의 증강현실을 도입한 것도 이 때다.
칫솔과 앱에 유명 캐릭터를 넣자는 제안도 많았지만 키튼플래닛은 모두 거절했다. 예를 들어 칫솔에 미키마우스가 그려져있고 앱에도 미키와 함께 하는 양치를 구현한다면 이는 스마트칫솔이 아닌 디즈니칫솔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미키마우스에 질린다면 양치도 싫어질 수 있다고 봤다.
최 대표는 "아이들이 쓰는 칫솔이라서 대충 만들고 싶지 않다. 칫솔과 칫솔 모까지 한국에서 생산중"이라며 "내년에는 미국과 베트남에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