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서울대학교가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들의 징계를 5일 해제하면서, 시흥캠퍼스 조성 문제를 둘러싸고 1년2개월 가량 이어진 갈등이 일단락될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이날 오후 12시께 학생과 교수 대표 등이 참여하는 6자 협의회를 열고 12명의 학생들에게 내린 무기정학 등 징계처분을 철회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나아가 학내 구성원간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징계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등 일부 학생들이 '대학의 기업화'라고 반발하며 지난해 10월10일 대학본부 행정관을 처음 점거한지 422일 만, 올해 3월11일 점거농성이 해제된지 270일 만, 지난 5월1일 일부 층에 한해 재점거를 한지 219일 만, 7월20일 무기정학 등 징계를 받은지 139일 만, 9월5일 법원이 징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지 92일 만이다.
앞서 성 총장은 10월23일 서울대학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당시) 학생회장단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징계를 철회하면 학생들과 진행 중인 소송은 자연히 소멸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제59대 총학생회의 임기 만료일까지 학교 측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약속을 이행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최갑수 서양사학과 교수는 "민주적 절차가 무시된 시흥캠 사업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은 매우 정당했고, 그 용기는 훈계가 아니라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면서 "진정으로 교육적인 것은 학교 당국이 스스로 부당한 징계를 취소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을 지지했다.
이시헌(21·자유전공학부 2년·무기정학) 학생투쟁위원회 위원장 역시 "부당한 징계는 전면 철회돼야 마땅하다"며 "하지만 (학교 측은) 그간 징계 철회를 미뤄오면서, 사실상 시흥캠 기공식인 '서울대 스마트캠퍼스 선포식'과 '미래모빌리티센터 업무협약' 등은 일사천리로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오는 7일 시흥 스마트캠퍼스 선포식 및 자율주행자동차 기반 미래도시 모빌리티 조성 협약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조감도 [시흥시 제공] |
학생들의 징계는 해제됐지만, 근본적인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여전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본부 측과 학생·교수가 참여하는 '시흥캠퍼스 협의회'가 지난 7월11일 구성돼 1개월 간 상세계획과 수요조사 등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학생 김모(여·24)씨는 "학교 측이 형식적으로 대화를 내걸었지만, 사실 시흥캠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였다"면서 "시흥캠 문제 뿐만 아니라 총장직선제 등 학내 구성원 간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경기 시흥시 등과 시흥캠 실시협약을 맺었다. 그러자 일부 학생들은 "소통 없이 진행된 절차", "대학의 기업화"라고 반발하면서 지난해 10월10일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던 대학본부 행정관을 점거했다.
점거농성은 지난 3월11일 학교 측이 공사를 마친 행정관에 입주를 밀어붙이면서 153일 만에 해제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분말 소화기를 발사했고, 학교 측은 소화전의 물을 분사하며 맞대응하는 등 갈등은 고조됐다.
이에 성 총장은 "이번 사태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교직원과 학생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를 하면서도 "시흥캠퍼스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서울대에게 주어진 공적책무를 다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임을 모든 학내 구성원은 물론 국민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3월11일 오후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학생들이 행정관 재진입을 시도하던 상황의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본. 직원들을 향해 학생들이 분말 소화기를 발사하는 장면 [영상=서울대학교 제공] |
지난 3월11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점거 해제 과정에서 직원들이 점거 농성 중이던 학생들에게 소화전 물을 발사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제공] |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