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서울대학교가 시흥캠퍼스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31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행정관(본관) 점거농성이 지난 11일 토요일 153일 만에 해제된 지 약 3주 만이다.
깊게 패인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날 성 총장은 공식적으로 직접 입을 열었다.
성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지난 11일 행정관 이사 추진 과정에서 매우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게 돼 착잡한 심정"이라며 "이번 사태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교직원과 학생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시흥캠퍼스를 두고 학교행정의 책임자로서 갈등을 예방하고 조화롭게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서울대학교에게 주어진 공적책무를 다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임을 모든 학내 구성원은 물론 국민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이 발표한 담화문 전문이다.
31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대회의실에서 성낙인 총장이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제공 |
사랑하는 서울대학교 구성원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서울대학교가 처한 학내·외의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과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상황으로 서울대는 큰 도전에 직면하여 있습니다.
시대적 요구를 돌아보며 저는 서울대학교 행정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서울대가 활력을 회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의견을 자율성과 공공성 확보 방안을 중심으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서울대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당면한 걸림돌이 시흥캠퍼스 사안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우리 대학의 입장을 먼저 설명 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선 지난 3월 11일 행정관 이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점거 학생들과 교직원간에 매우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총장으로서 착잡한 심정입니다. 이번 사태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교직원과 학생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서울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동문과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시흥은 지난해 '자랑스런 서울대인'으로 선정되신 故 제정구 선생께서 일생동안 헌신하셨던 빈민구제운동의 정신이 깃든 곳입니다. 반드시 공공성이 강화된 시흥캠퍼스 조성을 통해 서울대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추진해 온 시흥캠퍼스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국제적 융복합 R&D 클러스터로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는 우리대학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며, 서울대학교에 주어진 근본적인 공적 책무를 다하는 일입니다.
이와 함께 시대적 소명인 통일을 대비하고 완수하기 위해 '통일평화 전문대학원'을 설립, 통일평화학 교육과 연구의 메카로 키우겠습니다. 이 또한 서울대학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공적 책무중 하나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국가재난병원, 감염치료병원 등의 설립을 추진하여 공공 의료지원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협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만큼 큰 사회공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초·중등 교육지원 및 혁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 미래교육시스템 확립과 공교육 혁신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흥캠퍼스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서울대학교에게 주어진 공적책무를 다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임을 모든 학내 구성원은 물론 국민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시흥캠퍼스 추진과정을 둘러싼 학내 갈등과 반목을 지켜보면서 총장으로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학교행정의 책임자로서 갈등을 예방하고 조화롭게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한편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는 데에는 대학 구성원의 기대와 거버넌스 구조 사이의 불일치가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가 국제적, 국내적, 학내적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에 직면하여 정체하는 동안, 우리 경쟁대학들은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난관을 뚫고 겨레의 대학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적 갈등의 소지를 잠재우고 모든 학내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거버넌스의 정점에 있는 총장선출 과정에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학내 이사 7인중 당연직 이사 3인을 제외한 4인의 이사를 평의원회가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한 바와 같이, 대학운영과 총장선출과정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 반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여 왔습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현재 교수 중 10%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실시하던 총장후보 정책평가 방식은 전임 교수 100%가 참여하도록 변경되어야 합니다. 이는 모든 면에서 총장선출 과정에 교수들의 의사가 충실히 반영되어 총의를 최대한 모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총장선출과정과 학내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교수뿐 아니라 직원과 학생 등 학내구성원들의 참여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학생들도 대학의 최고 심의기구인 평의원회는 물론, 기획위원회, 재경위원회 등에도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또 이사회에도 참관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수월성을 선도하는 것 뿐 아니라,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은 서울대에 주어진 책무입니다. 서울대의 입시제도가 초·중등교육 및 우리나라 교육체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시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저는 그 출발이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소외계층과 소외지역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에서 찾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인재들이 서울대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이들이 입학 후에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졸업 때까지 학교에서 책임지고 교육하는 시스템을 임기 내에 마련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의 갈등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드린 것과 갈등의 과정 속에 원칙과 규범이 흔들려 대학 구성원들을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는 학문의 영역에서 뿐 아니라, 도덕성에서도 국가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도덕성과 원칙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만전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대학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우리 서울대학교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헌신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 百年大計를 바라보며 모든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국민의 대학, 세계의 대학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2017. 3. 31.
서울대학교 총장 성낙인
31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대회의실에서 성낙인 총장이 담화문을 발표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제공 |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