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주 10억달러 규모 5년 만기 발행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러시아가 이르면 다음주 사상 처음으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북핵 해법과 대선 개입 등 굵직한 사안으로 미국과 마찰을 빚는 러시아가 중국과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이르면 내주 10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채권 발행은 모스크바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 중국 투자자들에게 물량이 배분될 전망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WSJ은 전했다.
신문은 이미 러시아 정부 관료들이 수십 명의 중국 투자자들과 홍콩에서 만찬을 갖고 러시아의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채권 발행을 위한 로드쇼는 중국은행과 중국공상은행 그리고 러시아의 가즈프롬은행이 주도했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 관료들은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파악했다.
중국 바깥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은 소위 ‘딤섬 본드’로 불린다. 러시아의 사상 첫 딤섬 본드가 순조롭게 매각될 경우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 상장, 투자자들 사이에 유통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 관계가 악화되자 자금 조달을 위해 중국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미 중국 은행권과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에 걸쳐 러시아 기업 및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중국 투자자들이 대규모 할인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러시아 정부가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BNP 파리바 애셋 매니지먼트의 카란 탈와르 신흥국 투자 책임자는 WSJ과 인터뷰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확대할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첫 딤섬 본드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중국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에 편입된 만큼 중국 이외 유럽 투자자들 역시 이번 러시아의 딤섬 본드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딤섬 본드 발행 총액은 29억4000만달러, 76건으로 지난해 총 발행액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딤섬 본드 발행 규모는 2014년 334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매년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