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첫 정책 로드맵.."20년 허물 벗어야"
[뉴스핌=전지현 기자] 28일 오전 11시. 국내 벤처단체 수장들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스타트업 IR센터에 집결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윤소라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김정태 메인비즈협회장, 오세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등으로, 결의에 찬 모습으로 센터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표들은 이날 자리에서 향후 5년간 풀어야 할 160여가지 규제개혁 숙제를 문재인 정부에 던졌다. 한국 혁신벤처 20년 역사 속 산증인들이 정부에 투척한 첫번째 혁신벤처 정책로드맵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민 혁신벤처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오세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윤소라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김정태 메인비즈협회 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성명기 이노비즈협회 회장, 조현정 한국소프트특허산업협회 회장. <사진=벤처기업협회> |
이들은 정부가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없애면 2022년까지 223만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창업환경은 전세계 11위에서 2위로, 4차산업혁명 적응 수준은 25위에서 5위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25.1%에 불과한 해외진출 비중은 무려 50% 수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20년 묵은 벤처특별법.."민간 목소리 담아야"
벤처특별법은 1997년에 제정됐다. 그사이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던 회사는 9만개. 이 중 살아남은 기업은 6만3000개로, 320만명이 이들 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20년 전에 만들어진 벤처특별법에 근거해 예산을 배정하고 지원을 해 왔다. 그러다 보니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 부족한 것이 많았다는 게 벤처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또한 그동안의 벤처 활성화 대책은 정부 주도로 이뤄져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부 관심이 많았지만, 뭔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각종 규제, 글로벌 진출하기 위한 정책, 벤처기업 성장에 가장 중요한 투자 시장 등이 그 예"라고 토로했다.
반면, 100여년 벤처 역사를 간직한 미국은 민간 자생으로 성장해 왔다. 실제 미국 오바마 전 행정부가 펼친 '스타트업 아메리카' 역시 미국 기업인들이 대책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시한 민간 주도정책으로 꼽힌다. 오바마 전 행정부는 제시안들을 그대로 수용해 성장 창업 기업을 위한 규제 장벽 식별•개선을 명시하고 실행했다는 게 벤처기업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현재 기업 생태계 현주소와 부족한 점을 총망라한 종합 마스터 플랜이 바로 '5대 선결 인프라', '12대 추진 과제'라는 것이다.
벤처기업들은 정부가 구축할 법적 제도, 사회적 분위기 등의 '기본적 토양'이 될 '5대 선결 인프라'를 잘 구축한다면, 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혁신벤처생태계 형성의 부족한 점을 정리한 12대 추진과제가 원활히 작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책제안에는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혁신생태계 방안에 대한 보안과제와 신규 업계 과제 등도 담겼다. 벤처업계는 민간에서 주도한 벤처 대책을 새 정부가 적극 추진할 경우, 근본적인 혁신벤처 생태계 고도화를 이룰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관건은 정부가 160여개 혁신벤처 정책 로드맵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 여부다. 벤체기업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바로 수용해 실행 가능한 과제도 있고 4•5년차에 실행가능한 제안도 있다"면서도 "정부가 성의만 갖는다면 80~90% 가량을 수용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한편, 8개 단체로 구성된 협의회는 이번 '5개년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향후 정부 주무부처와 공유해 추진과제도 별도 협의할 예정이다. 빠르면 연내 2차 세부 로드맵도 제시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