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시 승차거부 해소 대책' 발표...'지브로' 앱 공개
카카오측 "단거리 콜 인센티브로 승차거부 문제 해결"
[ 뉴스핌=성상우 기자 ] '누적 가입자 1600만명·누적 호출건수 3억3375만건·누적 주행거리 16억km.'
지난 2015년 출시한 '카카오택시'가 지난 9월까지 쌓아온 성과입니다. 서비스 시작 2년 6개월만에 택시 기사 10명 중 8명이 쓰고 콜택시 시장의 70%를 장악했죠. 지난 6월엔 성장성을 인정받아 미국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승승장구 중이던 카카오택시에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바로 '단거리 승객 승차거부'입니다. 이용자가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기사에게 호출자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가 뜨는데, 이 목적지를 보고 장거리가 아니면 콜을 받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서 택시 승차거부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전체 택시 관련 민원 총 1만2000여건. 이중 승차거부 관련 건수는 3331건으로 불친절(4915건) 건수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합니다. 특히, 송년회 등 연말 모임이 많은 12월 심야시간대(22시~02시)엔 관련 민원건수가 더 치솟게 되죠.
특히 카카오택시는 승차 선택권을 모두 택시기사에게 넘겨주는 비대칭적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앱에서 승객 목적지가 기사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카카오측에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를 거절했고, 서울시는 대안으로 '지브로'라는 앱을 내놨습니다.
지브로는 서울시가 1대 주주(지분율 36%)로 있는 '한국스마트카드(대표이사 직무대행 윤형근)'가 개발한 앱으로, 향후 운영 역시 이 회사가 맡았습니다. 다음달 4일부터 서울시 3만대의 택시에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내년 3월부턴 서울의 전체 택시(약 7만대)에 설치해 전면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지브로' 앱 통한 이용차 측면 배차 화면 <사진=한국스마트카드> |
지브로는 인근 '빈차' 택시 중 한대를 선택하는 '1대1 호출' 기능과 인근 모든 빈차 택시들에게 호출 콜을 보내는 '일반 호출' 기능을 제공합니다.
두 기능은 모두 기사에게 승객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습니다. 서울 시내인지 여부만 알려주죠. 또, 주간엔 1000원, 야간(자정~오전4시)엔 2000원의 콜비가 붙습니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목적지 표시를 없애 기사들의 '콜 골라받기'가 원천 불가능해졌다"면서도 "일정금액 콜비를 통해 기사들이 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단거리 운행 이용자 입장에선 카카오택시보다 편리함이 크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기사들도 점차 지브로로 유입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브로' 앱 통한 기사 측면 배차화면 <사진=한국스마트카드> |
이 서비스의 실효성 여부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카카오택시와 지브로를 동시에 쓰는 기사입장에선 콜비 2000원을 받고 목적지도 모르는 손님을 태우기보단 기존 카카오택시를 계속 이용하는 게 결과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죠. 카카오택시가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해 지브로의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결국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카카오택시측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게 업계 시각입니다. 이에 카카오측은 '단거리 콜' 이행 실적에 따라 '장거리 콜'을 우선배정하는 인센티브 방식을 대안으로 내놨습니다. 직접 강제하기 보단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기사들을 '단거리 콜'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택시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 해결을 위해선 결국 택시 공급을 늘리는게 맞다"면서 "목적지 노출 여부는 문제 해결과 관련 없다. 단거리 콜에 인센티브 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카오택시 호출 화면 캡쳐 |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음으로써 '콜 골라받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서울시 및 한국스마트카드와 인센티브로 승차거부를 해결하겠다는 카카오. 어느 측 대안이 더 효과적일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카카오가 스스로 고민거리를 해결해 나갈 지, 한국스마트카드가 이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올 지 결과에 관심이 쏠립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