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주당 68시간 근로 행정해석 문재인 정부에서 사과"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 정부가 자율적으로 결정 가능
입법 논의 불발 시 행정해석 폐기 가능성 높아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차선책으로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행정해석을 당장 변경하거나 폐기한다는 방침은 아직까지 세운바 없다"며 "현재 입법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주당 68시간 근로를 인정한 행정해석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사과드린다"고 말해 조속한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를 시사한 바 있다.
◆ 고용부, 근로기준법 행정해석 변경, 입법 불발 시 차선책 검토
고용부의 근로기준법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 논의 검토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노동 부분 핵심 대선 공약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했고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왔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어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영주 장관도 "주당 68시간 근로를 인정한 행정해석에 대해 문재인정부에서 사과드린다"며 "고용노동부 장관과 정부 입장에서 죄송하다. 송구스럽고 사과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상 행정해석 변경 또는 폐기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고용부가 당장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를 논의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당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장 68시간까지 가능한 1주 근로 가능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노동위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큰 만큼 올해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행정해석 변경으로 사업주나 근로자들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대법원이 내년 1월18일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근로시간 변경과 관련,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는 과정에서 고용부가 이를 무시하고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를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나 사업장 규모별로 적용 유예기간을 둘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달리 행정해석을 변경하거나 폐기할 경우 당장 유일동안 근로자들의 연장근로가 불가능해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변경과 관련해 고용부의 입장을 뒤집는 판결이 나오면 또 다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현재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고, 행정해석을 변경 및 폐기한다해도 어느 시점이 적절할지는 입법과 사법부의 판단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 근로기준법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 법적인 문제없나?
고용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차선책으로 행정해석 변경이나 폐기까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1일 최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회사 상황 등을 고려해 최대 5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
하지만 고용부는 그동안 행정해석을 통해 최대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도록 암묵적으로 동의해왔다. 노동시간을 계산하는 근로일수에 휴일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휴일 근로시간은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을 내렸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주간 노동시간 한동인 평일 5일 동안 52시간(법정기준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별도로 토·일요일 8시간씩 휴일 근로시간 최대 16시간을 더해 68시간 가능해졌다. 1주일을 주말을 포함한 7일이 아닌 5일로 해석하면서 근로자들의 장기간 근로가 가능해진 것이다.
고용부는 60년 넘게 관행적으로 이어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단 올해 정기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가 이뤄지면 이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레 사그러들게 된다.
근로기준법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는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기에 해당 부처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지금처럼 애매한 규정을 둬 현장에 혼란을 주는 경우 여론의 질책을 불러 올 수 있다. 고용부가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 논의에 앞서 입법을 통해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행정해석 변경 및 폐기는 고용부의 자율적인 권한인 것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입법이 해결되지 않았을때 후속 조치로 이뤄질 문제고 갑작스레 행정해석을 폐기할 경우 현장에서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