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주변 대규모 인파 및 '도어 버스팅' 옛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최대 쇼핑 시즌에 해당하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어김 없이 찾아왔지만 구름 떼 같은 인파가 백화점 앞에 장사진을 치는 광경은 옛말이다.
아이폰 <출처=블룸버그> |
추수감사절 저녁부터 찍어 놓은 한정판 상품을 손에 넣기 위해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쇼핑몰 문이 열리는 순간 몸싸움을 벌이며 원하는 물건이 진열된 장소로 뛰어드는 이른바 ‘도어 버스팅(Door Busting)도 추억이 돼 버렸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 년 전과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몰 주변 광경의 사진을 대조해 제시하며 달라진 추세를 보여줬다.
2011년 두터운 외투와 털모자 차림의 쇼핑객들이 기다란 행렬을 이뤘던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올해 지극히 한산했다.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이 없지 않았지만 개점 이후에도 줄 지어 서 있던 소비자들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미국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도 마찬가지. 6년 전 대규모 인파로 인한 무질서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몇 블록에 걸쳐 바리케이트를 쳤던 것과 달리 23일 밤 백화점 주변의 인파는 평소보다 오히려 적었다.
맨해튼의 가장 오랜 애플 스토어 역시 같은 날 밤 찍은 사진에는 빨간 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고객들보다 더 많았다.
불과 6년 전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변화를 일으킨 것은 모바일이다.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사이 미국 최대 명절의 쇼핑이 달라진 것.
과거 추위를 무릅쓰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소비자들은 가족들과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한 뒤 여유롭게 쇼파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아이폰이나 태플릿으로 갖고 싶은 상품을 주문했다고 WSJ은 전했다.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된 데다 기존의 전통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고 나선 결과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른바 ‘사이버 먼데이’와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 시스템스에 따르면 23일 오후 5시 기준 블랙 프라이데이 온라인 판매 규모가 1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7% 급증했다. 스마트폰 트래픽 역시 15%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아마존의 도이론 캐롤 모바일 쇼핑 부문 부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추수감사절 가족들과 만나 음식을 준비하고 대화하는 사이 이미 다소 지친 상태에서 쇼핑을 나가는 것은 피곤한 일”이라며 “온라인 쇼핑몰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고, 나 역시 이번에는 인터넷을 기웃거렸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도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이 두드러졌다. 시장 조사 업체 슬라이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쇼핑 금액 1달러마다 아마존에 몰려든 지출액이 42센트에 달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