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통화 장기물 금리에 동조..중앙은행 정책 영향력 저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이 주요국의 장기물 금리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수 십년간 단기 정책금리와 강한 상관관계를 형성했던 외환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이 주요 통화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각) 톰슨 로이터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와 유로/달러 환율의 상관관계가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상황은 달러/엔 및 파운드/달러 환율도 마찬가지다. 달러화에 대한 주요 통화의 환율이 미국과 해당 국가의 장기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에 좌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 외환시장은 2년물을 중심으로 단기물 금리와 강한 동조 현상을 나타냈으나 올 들어 판도 변화가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단기물 금리가 상승할 때 투기 자금의 유입이 늘어나고,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개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해당 통화에 상승 탄력을 제공했다.
하지만 올 들어 자금 흐름과 펀더멘털 측면의 금리 및 환율 함수관계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양상이다.
엔화 <출처=블룸버그> |
외환시장이 장기물 금리에 민감하게 반영하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일례로, 일본과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의 장기물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자국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인해 국내 단기물 국채를 매입하거나 현금을 보유할 때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 매입 축소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경제가 5년래 최대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당 기간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실물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단기물보다 장기물 금리를 더욱 큰 폭으로 움직이고, 이는 외환시장으로 파장을 일으키는 실정이다.
파리 소재 아문디의 바스티엥 드루 채권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유럽의 단기 금리가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는 데 반해 장기물 금리가 ECB의 정책 방향과 경기 전망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 역시 단기물보다 장기물 금리에 따라 출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개월 사이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상승 반전, 강한 반등을 보인 것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독일 10년물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과 맞물렸다.
뿐만 아니라 연초 이후 지난 9월까지 연준이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달러화가 하락한 것도 금리와 외환시장의 상관관계 변화를 부각시키는 부분이다. 같은 기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5% 선에서 2.05%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 정책자들의 무게중심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WSJ은 강조했다. 특정 방향의 환율을 겨냥한 단기 금리 결정이 과거만큼 시장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