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홍종학 청문보고서 채택해야"… 야 "예산·입법 심의 우선"
정치권 "문 대통령, 홍 후보자 장관 임명 강행 가능성 높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쪼개기 증여' 의혹 등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홍종학 중기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전체 회의를 열고 홍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을 시도할 예정이었지만,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회의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국회 산자위는 이날 오전 11시 예정됐던 간사 협의 및 전체 회의를 각각 오후 2시와 3시로 연기하고 홍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인 3시를 훌쩍 넘어서까지 전체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고, 이에 국회 관계자들도 파행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홍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날 열리기로 한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양당은 오전 일찍부터 홍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한 반면, 자유한국당 측은 내년도 예산 심의 논의가 시급하다며 홍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에 난색을 표했다.
양당의 팽팽한 신경전은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뚜렷히 나타났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 참석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홍 후보자가 성심성의껏 대답하고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임해 많은 의혹들이 해소됐다"며 업무 적합성 역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권이 대통령 인사권 견제의 수단으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것은 '폐단'이라고 지적하며 "과거 저희도 그랬고 여야 공수 바뀔때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가지고 대통령 인사를 견제해왔지만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제 이런 인사청문 제도를 바꾸자고 할 정도로 이런 폐단을 서로 공히 인식하고 있다. 이번에는 인사청문 채택 여부를가지고 논란을 벌이기 보다는 부적합하면 부적합한대로, 적합하면 적합한대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자"고 촉구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홍 후보자 딸의 부동산 증여를 문제삼아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홍 후보자는 이미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과 중소기업인들, 어려운 분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주겠다는 정부였는데 과연 어린 딸이 대한민국 한복판에 건물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는 장관에 임명되는 모습을 볼 때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 원내대표께서는 이번에 대통령 인사권이 원만하게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간곡하게 말씀하셨지만 야당으로서는 이 분에 대해 청문회를 통한 보고서 채택이 어렵지 않나 본다"며 "이 문제는 우리 당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간사와 위원들에게 일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홍 후보자 임명 당시부터 "(홍 후보자는) 언론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라며 "청문회를 통한 보고서 채택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홍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 문제보다 눈 앞에 닥친 내년도 예산 심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여당을 압박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 및 법안 심사와 관련 "예산 심의에 박차를 가해 여야 간 합의하에 처리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고, 법안 심사도 여야가 합의볼 수 있는 법안은 빨리 처리하고 쟁점 법안도 머리를 맞대 남은 기간 잘 진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예산 심의와 홍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 문제를 결부지으며 "인사문제로 인해 예산 심의에 장애를 가져온다던지 국회운영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홍종학 후보자가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즉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자유한국당 동의 없이는 홍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힘들 수 있음을 뜻하며,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뜻을 굽히지 않고 홍 후보자 보고서 채택을 강행할 경우, 예산도 예산안 심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홍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100일 넘게 공석으로 있는 중기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고, 실제 정책 추진에 있어 장관의 공백이 커진 만큼 이번 홍 후보자가 또 낙마할 경우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정책의 핵심 부처인 중기부 장관 자리가 벌써 4개월 가까이 공석으로 있다. 이번 홍 후보자의 장관 임명이 늦어질 경우 여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청문회에서 불법 증여문제 이외에 크게 문제될 만한 사항이 있지 않았던 만큼 장관 임명이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