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이상 운전면허소지자 최근 10년 평균 11.9%↑
교통사고점유율 2013년 8.2%에서 2016년 11.1%
사망사고점유율 더 높아…면허증 자진반납 극소수
해외에선 신호체계 정비·고령자한정면허제도 검토
[뉴스핌=심하늬 기자]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 사고가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성 검사 기간을 줄이거나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넘어, 외국 사례를 참고해 면허 자진 반납을 장려하고 자율 주행차를 개발하자는 등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일 부산의 한 도로에서 76세 운전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어 지나가던 이들이 운전자를 살린 미담이 알려졌다. 노인의 운전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식은 창원터널 사고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 인지능력·순발력 부족 등 고령 운전자의 건강 문제가 도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는 위기의식이 퍼진다.
실제 노인 운전자와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 점유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연평균 2.6%씩 증가했지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연평균 11.9% 늘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점유율은 2013년 8.2%, 2014년 9.1%, 2015년 9.9%, 2016년 11.1%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사망사고 점유율은 더 높다. 지난해 총 4119건의 사망 사고 중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734건으로 전체의 17.8%에 달한다.
지난 2일 일어난 창원터널 폭발사고. 운전자는 70대 노인이었다. <사진=뉴시스> |
현행 도로교통법상 65세 이상 운전자는 치매 등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5년에 한 번씩 적성검사를 받아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64세에 적성 검사를 받으면 면허 갱신 없이 74세까지 운전할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문제를 인식해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적성검사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구체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창원터널 사고를 일으킨 76세 운전자가 최근 2년 동안 사고를 10번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적성검사 주기는 3년도 길다. 매년 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 노인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도로 체계를 개선하는 등의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다.
일본은 1998년부터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했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자진해서 면허증을 반납할 경우, 대중교통 무료 이용이나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2015년에는 27만명의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했다.
지자체가 나서 면허증을 반납하는 운전자들에게 '운전면허 졸업식'을 열어주며 감사장과 선물을 증정하고, 각 지역 고위 정치인이 직접 졸업식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은 2015년 1433명, 2016년 1942명 등으로 수가 적다. 관련 혜택도 없다.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호출 서비스 <사진=AP통신/뉴시스> |
생계 등의 이유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노인에 대한 대책도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고령 운전자를 위해 차선을 다시 그리고 신호 체계를 정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을 위한 자율주행차 또한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위급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차가 멈추거나, 가속페달과 혼동하는 것을 막는 기능을 갖춘 자동 브레이크의 신차 탑재율을 2020년까지 전체 자동차의 9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을 경우 가속이 억제되거나 차선 이탈 시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가 탑재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는 '고령자 한정 면허' 제도도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심하늬 기자 (merongya@newspim.com)